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익산갑)이 당내 현역의원 최종평가를 앞두고 하루 만에 20건의 법안을 무더기로 발의한 것을 두고 ‘총선용 공천 스펙 쌓기’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내용이 중앙 언론과 방송에 비중있게 보도되고 포털과 SNS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무더기 법안 발의가 오히려 ‘꼼수’이미지가 각인되는 등 역효과를 낳고 있는 모양새다.
이춘석 의원은 지난 10월 30일 단 하루에만 20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올해 초부터 지난 29일까지 10개월 동안 19건의 법안을 발의했는데, 하루 동안 그보다 많은 법안을 낸 것이다.
20건 중 18건은 항만공사법, 한국투자공사법, 한국산업인력공단법 등으로 법안 이름은 다르지만, 공공기관 임원 등의 당연퇴직 사유를 완화하는 것으로 내용은 비슷했다.
각 공공기관마다 이름만 바꾸는 ‘실적 쌓기용 법안’ 발의라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을 앞두고 열심히 일한 지표로 평가되는 법안 발의 실적을 채우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춘석 의원은 “법안을 내기 전 다른 의원들의 동의를 받는 절차에서 시간이 늦어지다 보니 지난달 30일에 법안 발의가 많아진 것 같다”며 “특히‘국가공무원법’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법들은 이를 준용하는 법들이 여러 개 있어 이를 한꺼번에 발의하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 방식 개편 통해 “옥석 가려야”
민주당 의원들의 무더기 의원 발의 배경에는 민주당의 선출직 공직자평가가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민주당은 4일부터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의정 활동 등을 평가하기 시작하는데, 평가 결과 하위 20%에 해당할 경우 내년 총선 공천 심사와 경선에서 20% 감점을 받는다.
의원들은 평가 하위 20%에 포함될 경우 사실상 민주당 당적으로 내년 총선 출마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평가 항목 중 하나가 법안 발의 건수 등을 반영하는 입법 수행 실적인데, 전체 점수 중 7%를 반영한다.
이 처럼 법안 발의 건수가 공천에 영향을 주다 보니 평가 대상 기간 종료일(31일)을 하루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폭주했고, 이 의원도 이날 20건의 법안을 무더기로 발의 한 것이다.
문제는 하루 동안 수십 개씩 발의된 법이 제대로 만들어졌을 리 없다는 것과 내용이 비슷한 법안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법안 발의 실적에 따라 평가하는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본래의 취지는 사라지고, 이상한 법안이라도 발의 개수만 늘리면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평가 방식의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이를 법안의 질과 사회적 의미가 평가의 잣대가 되는 방향으로 전면 개선해 옥석을 제대로 가려야한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역의원 평가를 앞두고 법안 발의가 수십건씩 경쟁적으로 이뤄졌는데, 어떤 의원은 자신이 대표 발의한 내용도 모르고 있더라”며 “평소 의정활동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닌 어처구니없는 꼼수를 동원해 좋은 평가를 받으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 부족한 역량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