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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그리고 초(超)저출산

22대 총선, 저출산의 위기에 대한 비전이나 똑 부러진 정책 눈에 띄지 않아

등록일 2024년04월11일 12시02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익산, 그리고 초(超)저출산

[특별기고]김준엽(전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합계출산율, 가임기(15~49세)에 한 명의 여성이 출산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용어입니다. ‘0.72’이라는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한국인은 멸종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불러일으키는 지경입니다.

 

2021년 기준 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에 미치지 못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얼마 전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가 취재해서 보도한 ‘한국 여성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나(Why South Korean women aren't having babies)’라는 기사가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일이 있었습니다. 기사의 결론은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낮은 진짜 이유는 여성들이 아이를 낳기 싫어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높은 주거 비용, 비정상적인 입시교육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사교육비 문제, 여성 경력 단절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치명적인 병리 현상이 합계출산율을 낮추는 원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안 낳는 게 아니고, 못 낳는다는 말이죠. 간단히 말해 한국의 합계출산율 0.72명은 보통의 노력만으론 극복하기 힘든 과제입니다.

 

2023년 인구통계조사에 따르면, 전라북도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며, 익산시는 그보다 낮은 0.70명 기록했습니다. 세계 최저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은 수치입니다. 전주시는 0.69명이라고 하니 다행히 꼴찌는 면했습니다.

 

이순신 장군 어록에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는 말이 있습니다. 많은 분이 아시는 바와 같이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임진왜란 당시 호남의 전략적 위치를 알려주는 말입니다. 예로부터 호남의 곡창 지대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민족을 먹여 살린 식량 자원의 보고였습니다. 다시 말해, 전라도 농민들의 피와 땀이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가장 중요한 역사적 기반 중 하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농기계가 발달해도 농사는 기후를 읽어내는 농민의 감각과 농산물을 자식처럼 여기는 농민의 마음이 가장 핵심적인 토양일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마주한 초저출산이라는 미증유의 현실은 감각과 마음을 제공할 농민이 더 이상 배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공포를 우리사회에 던져주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가 아직 그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포를 배가시킵니다.

 

전라북도 인구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현재 익산시의 농가인구는 21,113명입니다. 2017년 기준 2만 6,840명이었던 농가인구가 4년 만에 5,727명이 줄어든 것입니다. 추세대로 계산하면, 2021년부터 4년 뒤인 2025년엔 대략 농가인구는 15,000여 명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반드시 지키려고 했던 민족의 곡창 지대가 사람의 손길이 떠난 황무지가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초저출산에 기후 위기까지 더해지면 그 속도는 우리가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권심판’이라는 명제가 거세게 쓸고 지나간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돌아보면 기대와 희망도 있지만, 그만큼 아쉬움과 절망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수도권과 PK’, ‘친윤이냐, 친명이냐’, ‘제3지대’, ‘명품백과 고속도로’, 온갖 ‘막말’과 상호 간의 저주가 지배한 이번 총선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닥치게 될 저출산의 위기에 대한 비전이나 똑 부러진 정책이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여야 모두 정당 총선공약으로 여러 가지 대책을 제시한 게 사실이지만, 정작 그 정책을 받아들이고, 소비할 국민에겐 취지나 내용에 대한 설명과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전혀 없는 상태로 총선은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정권 중반을 지나 후반부로 접어들게 되는 윤석열 정권은 총선에서 다수의 국민이 던진 엄중한 주권 행사에 대답해야 합니다. 당연히 정권 초기부터 고집스럽게 유지해 온 ‘부자감세’ 와 ‘초긴축재정’등으로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 먼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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