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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미래는 ‘오늘’의 기록을 딛고 서 있다

"미래를 향해 기록될 글과 평가 앞에 겸손하고 성실해야"

등록일 2024년05월08일 20시31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김준엽(전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과거와 미래는 ‘오늘’의 기록을 딛고 서 있다

[특별기고]김준엽(전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에 따르면, 세종 9년부터 세종 2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익산을 포함한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일대에 총 네 번에 걸쳐 지진이 발생했음을 알리는 기사가 등장합니다. 첫 번째 지진은 세종 9년 9월 15일, 두 번째 지진은 세종 10년 7월 14일, 세 번째 지진은 세종 12년 4월 17일, 네 번째 지진은 세종 20년 12월 18일까지 총 네 차례의 지진 발생 사실이 기록돼 있습니다. 태조(1392년)부터 철종(1863년)까지 25대에 걸친 472년간 조선 왕조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고 있는 조선왕조실록에서 ‘익산’이 등장하는 기사는 원문 기준 총267개입니다. 대략 2년에 한 번꼴로 ‘익산’이 등장한다고 보면 됩니다.

 

저는 가끔 ‘오늘’과 같은 날짜의 특정 시기의 역사를 확인해 보기 위해 온라인에서 조선왕조실록 등 사료와 구글 검색을 활용합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은 역사를 월, 일 순으로 기록하는 편년체로 기사를 작성해서 급한 호기심을 해결하는데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5월 8일(1649년)엔 인조가 세상을 떠난 후 닷새 만에 그의 둘째 아들인 봉림대군(효종)이 왕으로 등극한 날입니다. 공자가 기록한 역사서인 춘추로부터 시작되는 편년체 역사 기술 방식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역사의식을 만나 인류사에 빛나는 ‘조선왕조실록’을 탄생시키게 됩니다. 인류사에 빛나는 기록 유산을 발견한 유네스코는 1997년 10월 1일 조선왕조실록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합니다.

 

현재 남과 북을 관통해 민족 문화의 바탕을 이루는 불교·유교 문화는 문자와 기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외세(거란과 몽골)의 침략을 극복하기 위해 제작된 고려판 팔만대장경, 1610년 조선의 의관 허준에 의해 쓰인 동의보감 등 세계적인 기록 유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한국이 보유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18건이며, 북한이 보유한 기록 유산은 2건으로 우리 민족은 총 20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한 ‘기록의 민족’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보다 많은 수의 기록 유산을 보유한 나라는 독일,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네 나라 뿐입니다.

 

2007년 4월 27일 공포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는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습니다. ‘이 법은 대통령기록물의 보호ㆍ보존 및 활용 등 대통령기록물의 효율적 관리와 대통령기록관의 설치ㆍ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마디로, 이 법은 국정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의 책임감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말입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조선왕조실록의 편찬 목적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국회와 지방의회가 국민의 대표 기관으로서 모든 공식 발언과 토론을 기록하는 것 또한, 주권자에게 위임받은 권력에 대한 책임을 확보하는 방편입니다.

 

기록의 사전적 의미는 ‘미래에 남길 목적으로 사실을 적어둔 글’을 의미합니다. 이는 글 또는 문자가 구성 요소인 기록이 발달한 나라는 미래를 대비할 줄 아는 고도의 문명국가임을 증명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기록 유산은 비단, 학자나 정부의 기록물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언론사의 기사, 작가들의 창작물, 광고업계의 세련된 카피 등 글자가 주가 되는 여러 다양한 영역이 이에 해당합니다.

 

기록 유산은 과거 문화의 발달을 가늠하는 역할도 하지만, 미래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두렵고 엄격한 잣대이며,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생명력 넘치는 사건과 이야기의 집합입니다. 다시 말해 기록 유산은 과거의 실패와 성공을 반면교사로 삼아 현실의 치열함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왕조실록이 왕의 언행과 공무수행을 자세히 기록하여 후대의 교훈이 됐듯이 오늘날 대통령기록물 또한 미래세대가 겪게 될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또한, 기록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당대의 왕은 스스로에 대한 실록의 기록을 볼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기록물 또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함부로 열람하거나 기록물 보관소를 빠져나갈 수 없도록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국정운영의 난맥상으로 인해 국민으로부터 엄하게 심판당한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 가족과 측근, 그리고 위임받았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권력을 돌아보기 전에 이 시간에도 다양한 형태로 미래를 향해 기록될 글과 평가 앞에 겸손하고 성실해야 합니다. 그것이 과거와 미래에 기대고 있는 ‘오늘 대한민국’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임을 명심하시길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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