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보자에 대한 정당 공천 폐지 여론이 거센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이 같은 여론에 역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자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기초의원과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을 배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달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를 현행대로 유지키로 의견을 모은 데서 비롯된다.
이로 인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유권자인 주민 보다는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줄서기’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비판 섞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과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당공천제를 존속하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10차례에 걸친 소위 회의와 이날 오전 여야 간사 및 김충조 정개특위 위원장, 한나라당 정치선진화특위 허태열 위원장과 협의해 정당공천제를 포함한 몇 가지 사항에 의견을 모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는 전국 시민ㆍ사회단체의 폐지여론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그대로 유지키로 한 것으로 향후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상당수 지역민들과 시민ㆍ사회단체는 물론 일부 정치권에서 조차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정당공천제가 지속될 경우 지방자치의 중앙정치 예속화를 가속화는 물론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기형화하는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양산 할 것이라며 폐지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A씨는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불구 이를 개선없이 존속한다는 자체가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행태로 밖에 해석될 수 없다”며 “지역의 이익을 대변해야하는 지방의원들이 이로 인해 자신의 소신과 역할에 충실하기보다는 중앙당과 지역 국회의원의 논리에 이끌려 줄서기에 혈안이 될게 뻔하다”고 비판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B씨는"정당공천제는 중앙 정치권이 지방정치를 예속화하기 위해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악법"이라며 "지방자치의 본질을 수호하고 중앙정치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선 정당공천제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며 폐지를 촉구했다.
전직 시의원인 C씨도 “당의 정체성이나 이념 등 당의 존립 목적과는 상관없이 변별력없이 공천자가 결정되다보니 이에 불복하고 탈당해 출마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종이 당원문제나 공천헌금설, 당 지도부 줄대기 등 온갖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 아니겠느냐”면서 “이 같은 문제점이 많은 정당공천제를 지속함으로 인해 유권자들의 불신과 무관심을 부채질하고, 주민참여정치의 본질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거져 나온 정당공천체 존속 논란이 증폭되면서 한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정당공천제의 폐지 주장이 유권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한편 행정안전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방자치 5기 3년간 비리행위로 사법처리를 받은 지방의원은 무려 266명(광역 71명, 기초 155명)에 달하며 이 중 선거법 위반이 169명으로 전체의 74.8%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