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苦와 취업苦로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이 폭발직전까지 도달한 상태다. 여기에다 경기가 끝없이 얼어붙고 있어 국민들의 체감고통지수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8월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고통지수(=실업률+물가상승률)’는 9.0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 초 9.1에 육박한 수준이다.
최근 리먼 브라더스를 비롯한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의 잇단 파산으로 불어 닥친 미국발 금융위기의 한파가 지속되면서 국내 자금시장이 극도로 경색된 것도 대형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를 발행하려다 포기했을 만큼 시중은행들의 해외차입이 막혀 있어 은행들이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들자 은행들은 비교적 대출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 대출부터 줄이기 시작하고 있다. 올 초부터 계속된 원자재 가격 급등과 소비위축에 자금난까지 겹쳐 중소기업들은 그야말로 3중고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2006년을 기준으로 국내 소기업 및 소상공업은 전체 사업체수의 96.7%를 차지하고 있고 종사자수의 62.2%를 담당하여 국민경제의 저변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경제에 있어서 모세혈관과 같은 소상공업이 계속되는 외부 악재로 인한 경영악화로 폐업이 속출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소상공인이 느끼는 경기전반에 대한 체감경기를 보면 현재의 국면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소상공인진흥원 자료에 의하면 지난 7월 체감경기 BSI는 5월 체감경기와 비교해 보면 무려 32.7포인트가 하락한 51.0을 기록하였다. 7월 체감고용현황 BSI는 기준치(BSI=100.0) 이하의 지수를 나타내고 있고 체감자금사정은 69.2, 체감매출실적은 63.7로 역시 기준치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
소상공업이 이처럼 절체절명의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는데도 정부는 뒷짐만 진채 강건너 불구경 하듯 하고 있으며 심지어 엉뚱한 처방으로 경영위기를 부채질 하고 있어 국민들의 원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잇따른 대내외적 변수로 인해 ‘MB노믹스’를 수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경영환경 개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금융시장이 불안하여 소상공인들의 자금대출이 쉽지 않은데도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업은 국민경제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고용증대, 지역균형발전, 창업환경 조성, 생산기반하부구조 등의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소상공업을 방치한 채 고용창출 효과와 서민경제 활성화에 파급효과가 적은 대기업의 투자활성화에만 집중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어 부의 양극화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고 청년실업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지금 정부는 소상공업의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소상공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찾으려면 그들이 원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면 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2월에 실시한 ‘소상공인 경영실태 및 정책과제 조사’에 의하면 소상공인들은 ‘금융 및 세제지원 확대’(45.6%), ‘창업 및 정보제공 지원 활성화’(17.6%)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현재 소상공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개인의 능력보다는 고유가 같은 환경변화에서 온 것임을 감안할 때 그 어느 때보다도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기업 프렌들리를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MB정부는 더 늦기 전에 위기에 처해 있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