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모현동에 있는 「우남아파트」가 위험하다. 더 이상 방치할 경우 붕괴조짐마저 있는 D, E급 안전진단을 받았다. 모현 로터리에서 배산 로터리 중간에 위치한 (익산역에서 원대방향으로 진행하면 왼쪽에 위치한 13층 아파트) 우남아파트는 우선 외관상으로도 불안정하게 보인다.
붕괴조짐 불안에 떠는 아파트 주민들
실제 아파트에 가 보면 그 부실의 심각성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아파트 벽면에는 곳곳에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금이 가 있고 출입구에는 건물에서 떨어져 나온 시멘트 조각들이 여기 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빗물로 가득 찬 지하실에는 곰팡이 냄새와 습기가 가득했다. 한마디로 부실 투성이의 현장이었다.
다음 내용은 우남아파트 103세대 수백명의 주민들이 연명으로 청와대와 법원 등에 보낸 호소문의 일부다.
“아파트 수직도(기울기)가 최대 48mm 기울었고 수평도(처짐상태)는 최소 40-56mm가 처져 있다. 아파트 벽면 사방에는 거미줄처럼 균열이 가 있어 이 틈새로 비가 줄줄 새고 있으며 한밤중 자는 시간에는 아파트 거실에서 ”뚝~뚝 하는 소리가 나서 붕괴 불안증에 몇 년째 시달리고 있는데 시공사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준공검사해 준 익산시는 우리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우리들은 고통과 원망, 한숨으로 지옥같은 상황에 몸부림치고 있다.”
필자는 이 호소문을 읽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하고 참담함에 몸을 떨지 않을 수 없었다.
2003년 당시 익산시장을 만난 필자는 익산시는 책임을 통감하고 주민들의 긴급대피와 근본 안전대책을 강력히 요구했었다. 그러나 그동안 익산시가 한 일은 「재난위험시설지역」이라는 공고문 한 장 붙여 놓고 간 것이 전부였다. 2003년 4월 16일 필자는 우남아파트 11층에서 변호사들을 비롯한 조사단과 함께 부실공사 현장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었다. 아파트 각 층을 받쳐주는 보 (B1, B2)가 빠진 채 시공된 라인도 있었고 철근이 빠진 곳도 있다는 위험천만한 안전진단 결과가 나왔다. 조사반 중 한사람이 거실바닥에서 한 번 펄쩍 뛰어봤더니 거실 TV위에 있는 화분들이 떨어질 뻔했고 거실 전체가 흔들렸다. 잠시라도 어떻게 이곳에서 살 수 있는가.
모두들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총체적 부실의 현장, 이런 상태로 또 3년이 흘렀고 이제 우남아파트는 더 이상 지탱키 어려운 한계상황에 처해 있다.
시민생명 최우선, 즉시 대피시켜야
수천명의 사상자를 낸 77년 이리역 폭발사고도, 98년 익산 SK동양가스 폭발화재도, 삼풍백화점 붕괴로 502명이 허망하게 숨진 것도 우리가 설마, 설마하며 대충, 대충 넘어간 방심과 작은 실수 때문이었다. 특히 삼풍백화점 대표가 사고 이후에 과실치사죄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중형을 선고받은 것은 법조계의 모델 케이스다. 사고의 징후가 있었는데 이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모현동 우남아파트는 이미 사고의 “심각한 징후”가 곳곳에 넘쳐나고 있다. 이미 한계상황을 넘어선것이다.
익산시는 즉각 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재난안전관리법에 명시된 이들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31만 시민의 이름으로 엄중히 요구한다. “시민의 생명을 재난과 위험 가운데 더 이상 방기하지 말라”고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