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남성고의 자율형 사립고 전환으로 다른 인문계 남 고교들의 학급당 정원이 크게 증가하면서 학교마다 이른바 ‘콩나물 교실’이 될 처지에 놓였는데도 교육당국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자, 청소년교육문제를 고민하는 시민단체가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특히, “행정적인 어떤 어려움도 학생들의 불이익과 불편함에 우선할 수는 없다"고 강조하며 과밀학급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임시 학급 증설’을 주장했다.
사)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은 16일 성명을 통해 “익산 남성고의 자율고 전환으로 초래된 익산시 남자 인문고 과밀학급 문제에 대한 전라북도교육청의 대책과 조치가 상당히 안이하고 불확실성이 커 미흡한 수준”이라고 비판하며, “학급 증설 등 즉각적이고 현실성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청소년교육문화원은 먼저 “전북교육청이 익산 남성고의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관련 판결에서 패소함에 따라, 자율형사립고인 모집정원 350명의 남성고가 정원을 별도 배정 받으므로 익산시 인문계 남자 고교는 한 학교가 줄어드는 결과가 되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나머지 고교가 나누어 떠안게 되었다.”고 과밀학급이 발생된 원인을 설명했다.
실제, 익산 인문계 남자 고교는 남성고의 자율고 전환에 따라 당초 34학급 규모에서 10학급이 감소, 학급 과밀 현상이 빚어졌다. 실제 올해 익산지역은 이리고와 원광고 등 2개의 남자 고교와 남녀 공학인 전북제일고 등 총 3개 학교에서 24개의 남 학급을 운영하게 돼 있고, 1학급 당 정원은 43명에 이른다.
익산 남자 인문고의 학급당 학생 수는 인근인 전주와 군산과 비교해도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인 것이다.
도교육청이 발표한 인문계고 학교배정현황에 따르면, 익산 남자 인문고의 학급당 학생 수는 43명으로 전주(38명)에 비해서는 5명이 많고, 군산(30명)에 비해서는 무려 13명이나 많다. 익산 인문계 여학생 학급당 수인 33명과 비교해서도 10명이나 많게 나타나는 등 지역 간, 남녀 간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처럼 익산지역 남자 학급의 정원이 크게 증가한 것은 남성고가 자율고로 전환되면서 일반고 학급이 감소하고, 올해 신입생 중 남학생의 합격 비율이 여학생보다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청소년교육문화원은 이에 대해 “학급 당 학생 수를 줄여가도 모자랄 판인데 20여년 만에 과밀학급 ‘콩나물 교실’ 위기로 내몰리게 된 것이고, 이는 남성고의 자율형사립고 전환이 가져온 첫 번째 재앙이다”고 진단한 뒤, “이는 이미 자율고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예견된 사태로 시민사회가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는 우려가 현실화된 것으로서 도교육청은 이런 사태에 대비해 미리 대책을 세워두었어야 했다”며 도교육청의 안이함을 강하게 비난했다.
청소년교육문화원은 특히, “덩치가 크고 한창 왕성한 성장기에 있는 남자 고등학생들이 비좁은 교실에서 43명씩이나 수업을 받게 되면 일상생활의 불편함은 말할 것도 없고, 학습 집중도마저 현격히 떨어지게 되어 학습권을 크게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2학년이 되면서 인문-자연계열(문과/이과)로 나뉠 때는 계열에 따라서는 50여명에까지 육박할 수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고 과밀학급 해소의 시급성을 지적했다.
청소년교육문화원은 또 "올해 1년은 어쩔 수 없으니 교과교실제로 보완하고 내년에 학급증설 등 대책을 세워주겠다는 도교육청의 말은 모호하고 공허하다”고 지적한 뒤, “학교나 교사, 교육청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 어떤 어려움도 학생들의 불이익과 불편함에 우선할 수 없고, 어떤 일이 있어도 학생들이 1년씩이나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학업에 임해야 하는 사태를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청소년교육문화원은 이를 위한 대안으로 익산시 남자 인문고의 임시 학급 증설을 제안하며 "우선 급한대로 1개 고교당 1학급씩만 임시 증설해도 학급당 38~39명 수준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사 수급 문제는 “기간제 교사 배치 등으로 해결이 가능하고, 설령 어떤 어려움이 따른다하더라도 가장 절박한 교육 현안이라 여기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학생과 학교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새 학기가 되기 전에 이런 조치들을 서둘러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