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인사 사례비로 3000만원의 뇌물을 공여해 징역 8개월의 실형을 받은 P국장과 이 돈을 받았다고 지목 받았지만 이를 전면부인하고 있는 L 전 비서실장이 법정에서 처음 만나 첨예한 진실 공방을 벌였다.
사건 주체의 피할 수 없는 대질로 지역사회의 관심이 뜨거웠던 2차 심리 공판도 양측의 엇갈린 진술만을 재 확인한 채 '뇌물의 실체’를 전혀 밝혀내지 못하고 3차 심리로 넘겨지게 됐다.
9일 오후 2시 전주지법 군산지원(형사합의부 재판장 정재균)에서 열린 'L 전 비서실장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에 대한 두번째 심리 공판은 승진 사례비로 3,000만원을 건네 1심에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받은 익산시청 P국장이 증인으로 출석, 검찰측과 변호인측의 치열한 심문이 이어졌다.
먼저 증인 심문에 나선 검찰측은 P국장이 L 전 실장에게 돈을 건넬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과 돈을 건넨 의미를 확인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공세를 폈다.
이번 사건을 직접 수사한 신건호 검사는 돈을 건넬 당시 구체적인 정황을 묻자, P국장은 “점심식사를 한 뒤 L씨의 자동차 조수석에 돈을 건넸다”며 그동안 자신의 재판에서 답변한 것처럼 일관되게 진술했다.
P국장은 그러면서도 “인사 이전에는 돈을 건네겠다는 청탁을 하지는 않았고, 그저 부탁수준이었다”고 설명하며, 건넨 돈의 의미에 대해서는 “(승진한 이후)순수한 마음에서 나온 감사의 표현 이었다”고 청탁성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런 진술을 확인한 뒤 검찰은 1차 심리에서 변호인의 이의제기로 제출하지 못했던 P국장의 검찰조사 과정의 진술내용을 법원에 증거자료로 재차 제출하며, L 실장의 혐의 입증에 몰두하고 있다.
반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변호인은 L씨가 인사권자가 아니라는 점과 P국장과도 그리 친분 (인사 청탁을 할 정도)있는 사이도 아니라는 점에 중점을 두고 방어에 나섰다.
증인심문에 나선 변호인은 먼저 익산시청 승진인사 절차를 한참 설명한 뒤, P국장에게 “비서실장 L씨의 역할상 인사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지 않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P국장은 “제도적으로는 그렇지만 (인사에)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재차 질문을 통해 P국장으로부터 “(L 전 비서실장이)인사권자가 아니다”는 답변을 얻어 기록에 남겼다.
특히, 변호인은 익산시의회 의장이나 또 다른 제3의 인물에 돈을 전달하고도 L씨에게 뒤집어 씌우고 있다는 의혹을 내비치기도 했다.
변호인은 “P국장은 검찰조사과정에서 시의장에게 돈을 전달했느냐는 추궁을 받고 이를 부인했다”며 “시의장에게 준 것이 탈로 날까봐 L씨를 물고 늘어지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답변에 나선 P국장은 변호인의 추궁을 “아니다”며 단호한 어조로 일축했다.
돈을 건넨 시점에 대해서도 “1월 21일께 점심식사를 한 뒤 자신의 자동차 뒷좌석에서 꺼내 L씨 조수석에 전달했다”면서 “돈을 건네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은 이날 점심식사를 하면서였다”고 구체성을 더했다.
재판장은 변호인에게 추가로 증거나 증인을 신청하겠냐고 묻자 “받지 않았다는 근거를 댈만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재판장은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자, 3차 심리에서 지금까지의 심문내용에 대한 증거조사를 하겠다며 3차 심리기일을 오는 11월 6일 오전10시30분으로 정하고 이날 심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