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들녘의 벼논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어 최근 농촌의 분위기는 막바지 병해충 관리에 온 신경을 쏟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촌진흥청(청장 이수화)이 막바지 병 방제 작업에 사용하는 물의 종요성을 세삼 강조하며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다.
병 방제약제 희석용 물의 중용성은 농촌진흥청 식물환경과 노태환 연구사의 연구에서 밝혀졌다. 노 연구사에 따르면, 벼논에 농약을 살포할 때 지하수와 같은 병원균의 오염 가능성이 적은 깨끗한 물을 사용하면 병원균의 오염가능성이 높은 농수로나 논바닥의 물을 사용했을 때보다 병의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벼 수확 후에 청미와 싸라기 쌀이 생겨서 쌀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벼 흰잎마름병에서 뚜렷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벼에서 이 병의 방제 농약을 살포한 후 나타나는 병반의 발생면적률을 보면, 약제희석용으로 깨끗한 지하수를 사용했을 때 0~15% 수준이었지만 논물이 흘러든 농수로 물을 사용했을 때는 20~95%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원인은 농수로나 논바닥에는 흰잎마름병의 기주식물이 다수 서식하고 있고 벼 재배용으로 넣은 영양분이 많아, 이곳의 혼탁한 물속에도 병원균이 있기 마련이므로 이 물로 약제를 희석하여 살포하면 오히려 흰잎마름병균을 벼 잎에서 옮겨주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농촌현장에서는 농약을 물에 희석시킬 때 살포할 때 별다른 생각 없이 농경지 주변의 물을 사용해 왔기 때문에 약제 살포효과가 농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황숙기에 접어든 벼에서 병을 방제할 때 깨끗한 물을 사용한다는 것은 영농비 압박의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농약의 사용량을 줄이는데 좋을 뿐만 아니라, 고품질 쌀 생산에도 매우 바람직한 영농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식물환경과 강위금 과장은 “앞으로 작물 수확기까지는 불청객인 태풍의 피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병 발생과 같은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의 2차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농약살포액을 만들 때 반드시 깨끗한 물로 할 것을 당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