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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삭은 삶, 춤사위로 나빌레라

호남춤연구회(회장 이길주), 26일(목) 솜리예술회관서 춤한마당

등록일 2006년10월25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춤이란 게 나이 들수록 삶의 애환이 묻어나서 그래. 곰삭는 거지. 대신 힘이 드니까 단전호흡도 하고 명상도 하고 좋은 차도 마시고 해야지.”
제자의 공연에 우정 출연한 호남춤연구회 이길주(원광대 무용과 교수) 회장의 살풀이춤을 본 한 학생이 다음날 아침까지 가슴이 찡했다고 전해오자 이 회장이 한 말이다.
젓갈도 아니고, 된장도 아니고 춤이 곰삭는다?
사라져 가는 호남의 춤을 발굴하고 계승·보존하고자 2001년 창단된 ‘호남춤연구회’. 전통춤과 현대 춤의 틈새를 고운 사위로 수놓아 잇는 금아(金娥) 이길주 회장이 바로 그 중심에 있다.
이 회장을 만나 춤이야기와 호남춤연구회의 공연 소식을 들어 보았다.

“흩어지다 모아진 진한 산조를 장단 삼아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을 넘나들며 자지러질 듯 혹은 숨죽일 듯 사위를 펼치는 호남춤은 가장 전통적인 동시에 가장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구절절 맺힌 한과 삶의 애환을 한 차원 높은 ‘흥’으로 승화한 것이죠.”

‘호남춤연구회’ 이길주 회장은, “농경사회의 영향을 받아 민초들의 고단함이 녹아있으면서도, 풍족한 먹거리로 인해 풍과 흥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며 호남춤의 특징을 설명한다.

무형문화제 제97호 살풀이춤 이수자이며 전라북도 문화재 위원, 익산시립무용단 상임 안무자이기도 한 이 회장의 춤과의 인연은, 45년 전인 초등학교 6학년 언니의 손을 잡고 처음 발을 디뎠던 무용학원에서 출발했다. 거기서 故김영일 스승을 만나고 이후 최선, 정인방, 은방초 선생님으로부터 사사 받았다.

실제 춤과의 인연은 더 어릴 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향이 전주 다가산 근처인데 산에서 한량들이 시조를 읊고, 삼촌이 커다란 퉁수를 직접 만들어 부시곤 했어요. 지금 생각하니 그게 대금이었어. 또 기녀들이 추는 춤을 어깨너머로 보기도 했는데 그 때 어린 마음에도 어찌나 흥이 나는지….”

어느 새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이 회장이 꿈꾸듯 말을 잇는다. “어느 정도 춤을 익히고 나서는 故김옥진 선생님께 가야금을 배웠어요. 민요를 배우는데도 난 산조가 좋더라구. 가야금 산조의 구슬픈 가락을 듣고 있으면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거야. 참, 어린애가 뭘 알고 그랬는지….”
그는 가야금을 배운 덕에 여백과 분출의 엇박을 타야 하는 호남춤의 맛을 더욱 살리게 됐다고 한다.

이 회장의 가장 큰 제자인 익산시 무용협회 고명구 지부장이 “음악이 몸으로 체화되지 않은 요즘 세대의 춤은 반쪽짜리 무용”이라며 공감한다. 고 지부장은 ‘호남춤연구회’의 시작부터 고락을 함께 한 회원이기도 하다.
“정박(正拍)에 단아하고 정적인 사위가 아니라, 엇박에 동적이며 열정적이고 즉흥적”이라는 호남춤의 묘미를, 오는 26일 오후7시 익산에서 만끽할 수 있다. 솜리예술문화회관 대강당에서다.

궁중무용의 대표적인 춘앵무, 호남지방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호남살풀이, 힘과 신명이 느껴지는 태평무 등 다양한 호남춤이, 총감독인 이길주 회장의 친절한 해설에 버무려져 더욱 빛을 발한다. 특히 호남산조 군무(群舞)는 이번 공연의 백미. 3현 6각의 웅장하고도 흐드러진 가락에 맞춰 옛 여인네들의 한을 물씬 담아 보여준다.

그동안 서울, 전주 등지에서만 공연을 가져 왔던 호남춤연구회는 올해 익산을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호남춤의 본고장인 전북 전역을 돌며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소통뉴스 엄선주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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