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어때요?”, “뭐가 있는 거 같애요.”
“그게 바로 여러분이예요. 여러분이 엄마 뱃속에 이렇게 있었어요. 엄마는 뱃속의 아기에게 ‘잘 자라라. 사랑한다, 아가야’ 하고 말해요. 여러분은 엄마, 아빠에게 가장 소중한 아기예요.”
YMCA 8층 강당 ‘아! 그렇구나! 성문화체험관’의 ‘엄마태동체험’ 코너가 한창 진행 중이다. 비록 전기로 연결된 인형이지만 손으로 느껴지는 저릿저릿한 태동에 아이들은 진짜 아기가 들어있는 것 마냥 조심스럽고 신기하다.
27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여는 성문화체험관의 첫 스타트를 끊은 이들은 특수학교인 혜화학교 학생들. 16세에서 20세의 정신지체아들이다.
가장 인기있는 코너는 ‘몸에 좋은 음식체험’과 ‘나는 누구일까요’ 코너. 몸에 좋은 음식체험에서는 평소 잘 먹지 않았던 멸치도 먹어보고, 우유도 마셨다. 쫄깃쫄깃한 절편과 방울토마토를 오물오물 먹는 아이들의 얼굴이 행복해 보인다.
알록달록한 가발 하나만 써도 폼이 달라진다. 거울 앞에서 잠시 낯선 이가 되어 보며, 자신을 한 번 더 돌아보는 아이들. 사진기를 향하는 얼굴도 자신감이 넘친다.
“여러분도 처음에는 이렇게 조그만 했어요. 엄지손톱만 하죠? 엄마 뱃속에서 열 달 동안 잘 자라서 이렇게 엄마 질을 통해 세상으로 나온 거예요.” “우와~! 내가 이렇게 쪼끄만했어요?” 태아가 자궁에서 커가는 모형을 보며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학교 정규 수업 중에도 성교육이 있지만, 이렇게 많은 자료를 통해 직접 체험하니까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하고 잘 알아듣네요.” 황귀득 교사의 말이다.
“자신이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자신이 얼마나 큰 사랑을 받으며 태어났는지, 또 커가면서 변해가는 자신의 몸을 사진과 모형으로 들여다보고 만져보는 아이들의 표정이 무척 진지하던데요.”
황 교사는 특히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는 점을 이번 체험의 가장 큰 수확으로 꼽았다.
특히, 누군가 내 몸을 만져 기분 나쁘게 했을 때 부모님이나 성폭력상담소에 직접 전화를 해 말하는 체험과 큰 소리로 "싫어요", "만지지 마세요"를 외치는 체험은, 실제로 닥쳤을 때 말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반드시 훈련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익산성폭력상담소 도성희 소장은 “장소도 협소하고 교구들도 많이 부족하지만 체험하는 아이들과 청소년마다 흥미진진하게 성에 대해 많은 정보를 습득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우리 지역 익산에 더 전문적이고 다양한 교구를 갖추어놓은 넉넉한 공간의 전문적인 성교육체험관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도 소장은 “성교육체험관이 음성적이고 폐쇄적인 성문화에서 벗어나, 공개적이며 자연스런 성에의 접근을 매개해주는 역할을 하며, 나아가 성폭력이나 불법성매매와 같은 사회악을 근본적으로 풀어가는 해소책이 된다는 점에서 상설화가 절실하다”고 재차 강조하며, 시 차원에서의 협조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