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아름다운가게(아오아쇼핑몰3층) 익산영등점 1주년을 맞아 방송인이자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손숙(63) 씨의 특강이 열렸다.
연극인이자 방송인 손 대표는 평소 존경하고 있던 아름다운가게 박원순 상임이사로부터 2003년 공동대표로 제안 받으며 아름다운가게와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감사와 기쁨으로 아름다운가게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는 그는, “가슴 뛰는 일을 한다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이라며, “연극과 함께 아름다운가게 활동이 가장 가슴 뛰는 일”이라고 고백한다.
아름다운가게, 희망연대, 금강방송이 공동주최한 이날 행사는 손문선 시의원, 익산시자원봉사센터 민충기 소장 외 시민 400여명이 영등동 농협3층 강당을 가득 채워 '자원봉사의 도시 익산'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다음은 손 대표가 이날 강연에서 들려준 ‘나눔과 재사용’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 조상의 미풍, ‘밥한공기’의 나눔
어릴 때 할머니는 끼니마다 밥을 얻으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 여분의 밥을 얹어서 짓곤 했다. 밥을 먹고 살만한 처지의 가정에선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나누는데 인색하지 않았으며, 자연스럽고 습관처럼 행하던 것이 바로 ‘나눔’이었다.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서 나눔에 대해 인색하게 되었고, 이제 먹고 살만한대도 “형편 좋아지면 그때 할게요”라고 미루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서로 마주보고 웃기만 해도, 아픈 사람 손 한번 만져주기만 해도, 혹은 힘들 때 등을 토닥이는 몸짓 하나에도 ‘나눔’의 철학이 숨어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관심 가져주며, 손을 뻗는 작은 몸짓이 바로 나눔이다.
‘나눔’에의 갈망 물꼬 터준 ‘아름다운가게’
지난 8월19일 아름다운가게 72호점 압구정점이 개점했다. 아름다운가게 첫 개점 이후 3년 반 만에 이루어진 ‘기적’과 같은 일이다. 이는 우리들 마음속에 늘 ‘나눔’에의 갈망이 내재돼 있었음을 나타낸다. 아름다운가게가 우리 국민의 나눔에의 갈망의 물꼬를 터준 셈이며, 나눔의 매개체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아름다운가게 3년 간 우리나라 기부문화는, 활동천사(아름다운가게 자원봉사자)들이 놀랄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아이들에게 나눔의 문화 조성, 가장 큰 의의
특히 아이들에게 나눔과 기부, 봉사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조성해 준 것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큰 성과요, 의의다.
“우리 엄마 아름다운가게에서 일하세요. 제가 아들이에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아이의 말을 들었을 때, 바로 이것이 교육이다 싶었다. 일상 속 작은 나눔인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나눔과 기부가 얼마나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인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해 준 것이다.
작은 나눔이 정신적 풍요의 밑거름 확신
끝으로 손 대표는 “동네마다 가장 좋은 자리에 예쁜 아름다운가게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아름다운가게가, ‘동네 어르신들이 차 한 잔 드시고 가는, 아이들 데리고 책도 읽고 수다도 떨 수 있는, 진정한 동네의 사랑방이 되는 것’이 꿈이며, 머지않아 이뤄지리라 믿는다고도 했다.
이 대목에서 20평 남짓한 아름다운가게의 600배(연면적 대비)에 해당하는 대형마트가 3개씩이나 존재하고 있는 익산의 현실이 갑자기 서글퍼진다.
강연 후 참전유공자회(사진·우) 어르신들의 “쌀 한 톨이 밥상에 오르기까지 농민의 손길을 여든 여덟 번 거친다고 했는데, 아름다운가게 나눔의 문화가 음식문화에까지 확대되길 바란다”는 당부와, ‘작은 나눔이, 보이지 않는 정신적 풍요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손 대표의 마무리 말은 우리 모두가 재고해야 할 대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