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하찮고 볼품없어 보이는 풀도 잘만 가꾸면 화려한 꽃들보다 훨씬 기품 있고 아름답습니다. 오늘같이 구름도 예쁘고 하늘도 파란 이런 날은 잎으로 즐기는 고구마나 참깻잎을 보면 참 행복합니다.”
‘금낭화’님의 들꽃예찬이다. ‘금낭화’는 전북농업기술원의 들꽃사랑모임 김춘자(53) 회장의 꽃이름. 쉰일곱 명의 회원들이 진달래, 수선화, 산수유, 채송화 등 꽃이름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도록 기억되는 은은한 향과 소박한 생김새가 좋아 모인 사람들, 바로 들꽃사랑모임이다.
들꽃사랑모임은 1998년 전북농업기술원에서 출발했다. 농촌지원과 김인수 과장은 “평소 기술적 차원에서 들꽃을 관리하던 농업기술원에서 들꽃에 관심 있는 도시인들의 모임을 만들어 농촌지도사업과 연계하고 농촌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결성, 9년째 지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들꽃사랑모임 57명의 회원은 대부분 전주와 군산, 익산, 김제 등 도시지역 주부들이다. 한 달에 한번씩 농업기술원에 모여 가까운 들꽃여행을 가거나 들꽃의 분경과 재배방법, 특징에 관한 교육을 받고, 1년에 4회 들꽃탐사여행을 한다.
“어릴 때부터 꽃이 너무 좋았다”는 김 회장은, 결혼 전 기르던 관엽식물, 선인장들을 결혼하면서 트럭으로 하나 가득 다른 사람에게 주면서 꽃과의 ‘첫 번째 이별’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 후 난을 몇 년 간 기르다가 겨울에 잠깐 난방을 잘 못 해서 꽃과의 두 번째 이별을 하게 됐다. 이 때문에 1년간 몸이 아팠을 정도로 꽃사랑이 유별난 김 회장에게 가장 좋아하는 들꽃을 물었다.
“꽃들이 듣는다면 안 불러준 꽃은 얼마나 서운하겠어요? 꽃이라면 어떤 장소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도 예쁘지 않은 꽃이 없답니다.”
유별난 들꽃사랑은 김 회장만이 아니다. 식물원, 산골, 천변 등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어느 누가 처음 보는 듯한 꽃 한 송이를 발견해도 우르르 모이는 회원들이다. “어떤 형제가 이보다 더 가까울 수 있을까요?” 98년부터 9년째 함께 여행하며 보았던 들꽃얘기부터 소소한 가족사에 이르기까지 함께 나누다보니 서로의 존재는 이처럼 소중해 졌다.
들꽃사랑모임에서는 2년에 한 번 들꽃전시회를 연다. 작년 5월 전주학생회관에서 연 들꽃전시회는 특히 그림과 꽃이 어우러져 이색적이고 다양했다는 평을 받았다. 농기원의 김인수 과장이 꽃그림으로 평소 가꾸어왔던 그림솜씨를 뽐냈고, 여기에 회원들이 정성껏 가꾼 다양한 들꽃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웠다.
“우리나라 곳곳마다 어디에서든 들꽃을 볼 수 있지만 특히 백두산 꽃기행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많다 많다 거기처럼 꽃이 많은 곳은 처음 봤어요.”
회원들의 염원은 북녘 산천의 꽃기행을 마음 놓고 다녀보는 것이다. 들꽃은 지천에서 볼 수 있지만, 어떤 장소에서 어떤 모습으로 피어나느냐에 따라 천의 얼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