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참여연대 논평] 투표 없는 당선, 대표성은 어디에 있나?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이 반복되면서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며, 시민은 투표를 통해 대표자에게 권한을 위임한다. 그러나 유권자의 투표도, 찬반도 없이 대표자가 결정되는 현실은 민주주의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선거는 있지만 선택권은 사라지고, 민주주의는 형식만 남고 있다.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민주주의적으로 정당한 것은 아니다. 선택 없는 당선에 대표성과 정당성을 부여하기는 어렵다.
무투표 당선은 지방선거에서 하나의 현상이 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전국적으로 기초단체장 3명과 지방의원 510명으로 총 513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기초단체장은 광주광역시 서구와 남구, 그리고 인구 50만의 대도시인 경기도 시흥시에서까지 무투표 당선이 발생했다. 전북 역시 46명이 무투표 당선되며 전국 최고 수준의 정치 독점 구조를 드러내고 있다. 4년 전 62명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전국 최고 수준이다. 특히 소선거구제로 운영되는 광역의회는 민주당의 정치 독점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결국, 선거보다 공천이 더 중요한 정치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선거는 남아 있지만, 시민의 선택권은 사라지고 있다.
무투표 당선이 반복되는 원인은 정치 독점 구조와 승자독식 선거제도에 있다.
첫째, 특정 정당의 장기 독점 구조가 경쟁 자체를 무너뜨리고 있다. 전북에서는 민주당의 압도적인 우세 속에 다른 정당 후보들이 승리 가능성이 없다며 출마를 포기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 뜻이 있는 인물들조차 정치적 신념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정당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둘째, 소선거구 중심의 선거제도가 정치적 다양성을 차단하고 있다. 특히 광역의원 선거는 사실상 승자독식 구조로 운영되면서 소수정당이나 새로운 정치세력의 진입 장벽이 되고 있다. 그 결과 지방의회는 특정 정당 중심으로 획일화되고, 견제와 균형 기능 역시 약화되고 있다.
셋째, 경쟁 없는 정치는 시민보다 공천 권력에 의존하는 정치 구조를 강화한다. 유권자를 향한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정당 내부의 공천 경쟁만 남게 된다. 결국, 정치인은 유권자보다 당내 권력에 더 민감해지고, 정치적 책임성과 대표성은 약화된다.
넷째, 이러한 구조가 유지되는 것은 거대 양당이 현 제도의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호남에서, 국민의힘은 영남에서 정치적 독점 구조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비판하면서도 자신들의 독점 구조를 유지하려는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무투표 당선 구조를 유지시키고 있다.
이제는 무투표 당선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제도개혁이 필요하다.
그동안 야당과 시민사회는 이른바 ‘무투표 당선 방지법’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최소한 후보자가 선출 정수 이하라면, 찬성과 반대를 표시할 수 있는 찬반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유권자의 투표 없이 대표자가 결정되는 무투표 당선 방식은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정당성조차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광역의회 선거제도 역시 중대선거구제 확대 등을 통해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완전한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특정 정당의 지역 독점을 완화하고 다양한 정치세력이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 회복의 최소 조건이다.
선거는 유권자가 권한을 위임하는 민주주의의 핵심 과정이다.
유권자가 투표하지도 못한 채 대표자가 결정되는 현실이 반복된다면 정치는 갈수록 유권자 위에 군림하게 될 것이다. 무투표 당선은 후보자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독점 구조 속에서 경쟁이 사라진 결과이며, 유권자의 선택권과 정치적 다양성을 제한하는 구조적 문제다. 선거 없는 당선이 당연한 현실로 굳어져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공천이 아니라 시민의 선택 위에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6년 5월 20일
익산참여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