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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낳은 자식

등록일 2006년05월04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2000년 입양된 유진이와 한국입양홍보회 전북지부 전영찬 사무국장

"아빠, 나도 친아빠 있다. 아빠, 친아빠 봤어? 낳아준 엄마는 어떻게 생겼어?"
쉰한 살의 늙은(?) 아빠에게 일곱 살 유진이는 가끔 이렇게 묻는다.
“아빠가 보진 못했지만 아마 굉장히 예쁘고 멋질 거야. 우리 유진이가 이렇게 예쁜 거 보면.” 전형찬(51·한국입양홍보회 전북지부 사무국장), 남명자(47)씨 부부에게는 일곱 살 된 늦둥이 막내딸이 있다. 7년 전 공개 입양한 유진이다. 삼기면 원서두마을 유진이네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건 곳곳에 진열된 유진이의 사진들. 돌잔치 때 찍은 가족사진부터 곱게 한복을 입은 사진까지, 한 장 한 장 유진이에 대한 가족 사랑이 담뿍 배어 있다.
전 씨 부부가 유진이를 처음 본 건 유진이가 세상에 나온 지 열흘이 되어서다. 아들만 둘인 전 씨 부부가 딸을 입양하기로 마음먹고 광주 영아일시보호소에서 제일 처음 본 아기가 유진이다. 남들은 이 아이 저 아이 몇 번씩 보고 선택한다는데 이 부부는 평생을 함께 할 아이를 한 눈에 알아봤다.
“결정하고 일주일 후 데리고 올 때까지는 걱정도 많이 되고, 실감도 안 나더니, 딱 집에 데려와 방바닥에 내려놓는 그 순간 신기하게 바로 내 새끼가 되어 버리데~”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두 오빠는 하교할 때마다 유진이 간식이며 선물을 사왔고, 여든 가까운 할머니도 막내손녀 재롱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내게 됐다.
초등학생도 몇 안 되는 노령화된 시골마을 또한 아기 유진이로 인해 활기가 넘쳤다. 처음 온 날 유진이의 한 쪽 눈이 벌겋게 충혈 됐는데 며칠 후 유진이를 보러 들락날락했던 동네 사람 모두 눈병에 걸린 일은 지금 생각해도 흐뭇한 에피소드다. “유진이는 가족꽃, 동네꽃, 교회꽃이여. 오죽하면 유진이 오고 나서 얼마 안 돼 손주를 봤는데 유진이보다 안 예쁘더라니까. 첫 정이 그렇게 무서워.” 마실 온 옆집 아주머니의 말이다.
유진이를 데려오던 2000년부터 전 씨 부부는 공개입양전국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3년에는 전북 입양가족 모임인 한국입양홍보회 전북지부를 만들었다. 지방으로서는 첫 모임이었다.
서로 힘든 점을 의논하고 경제적으로 돕기도 하며, 입양가족에게 십시일반 수수료를 보태주는 등 입양의 기쁨을 알리기 위해 두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는다. 전북의 공개입양가정은 모두 23가정이고, 이 중 익산은 3가정이다. 주영광교회(완주 소양) 강명복 목사는 자녀가 모두 아홉이다. 위로 셋은 배아파 낳은 자식, 그 다음 셋은 가슴으로 낳은 자식, 아래 셋은 잠시 맡아 키우는 위탁자녀다.
신광교회 박재성 부목사는 딸을 입양한 후 딸 쌍둥이를 낳았고, 밑으로 아들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 특히 몇 년을 불임으로 고생하다가 입양한 부부에게 아이가 생기는 일이 종종 생긴다. 그러면 박 목사처럼 감사해서 또 입양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입양은 중독성이 강해요. 너무 예쁘고 너무 즐겁고 정말 기쁘거든. 빨리 들어오라는 유진이 전화 한 통화면 하던 일도 그만 두고 들어오고 싶다니까. 남들은 이것저것 따지고 걱정하는데 우리는 단순해요. 그냥 밥상에 밥 한 그릇 더 놓으면 되지.”
아무 걱정 없을 것 같은 전 사무국장에게도 고민이 있다. 입양한 아이들에게 지자체에서 학교급식비를 지원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입양가정은 대부분 잘 사는 집보다 밥 세끼 빠듯이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다, 위로 아이가 있는 상태에서 둘 이상 입양하면 급식비가 기십 만원으로 훌쩍 불어나기 때문이다.
“앞으로 입양할 가족들이 많이 생기려면 이런 사소한 부분부터 신경을 써 줘야 해요. 익산이 먼저 선구지가 돼 전국적으로 본보기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어요.”(삼기면에 사는 전 국장네는 급식비 전액이 시에서 지원된다.)
또 입양수수료도 문제다. 입양알선기관이 입양 전까지의 위탁비, 의료비, 수속비등의 경비 중 일부를 입양부모에게 받는다는 명목으로 200여만원을 받고 있는 것. 현재 입양아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고등학교까지의 학비와 입양아의 의료급여 1종 혜택 수준에 머무는데 여기에 입양수수료까지 책임지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유진이의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은데 나이가 많아서…. 자녀와의 터울이 오십 살이 넘으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다섯 살짜리 데려오면 된다니까.” 전 국장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부인이 말을 받는다.
“유진이가 우리 식구들에게 주는 기쁨은 말로는 할 수 없어요. 돈 걱정, 건강걱정, 나중에 크면 어쩔까 하는 이런 저런 걱정은 그 기쁨에 비하면 정말 티끌보다 못해요.”
전 씨 부부는 유진이가 커서 친부모를 그리워하면 함께 찾아줄 생각이다. 유진이는 가슴으로 낳은 그들의 자식이기 때문이다.
소통뉴스 엄선주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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