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익산박물관(관장 신상효)은 “녹색 유약, 녹유綠釉”특별전을 오는 4일부터 11월 22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우리나라의 첫 유약釉藥, 녹유綠油 주제 최초의 전시
‘녹유’란 도토기 표면에 녹색과 청색을 내는 데에 사용하는 유약을 말한다. 반짝반짝 빛난다고 하여‘유리(琉璃)’라고도 불리었던 녹유는 중국 한나라 때 만들어져 국내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생산되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첫 유약이다. 백제는 6세기 초부터 녹유를 입힌 도기를 생산하였고, 백제 녹유는 더 짙은 녹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미륵사는 녹유 기와로 장식한 최초의 불교사원이라는 점에서, 녹유는 미륵사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주제이다. 이번 특별전은 국내 고대 녹유 문화재를 한자리에 모은 최초의 전시로, 우리나라 첫 녹유기와인 미륵사지 녹유막새의 전모를 처음으로 공개하여 더욱 주목된다. 전시에는 미륵사지 출토 녹유 서까래 막새綠釉椽木瓦를 비롯하여 녹유 뼈항아리綠釉骨壺(국보 제125호), 녹유 잔과 잔받침綠釉托盞(보물 제453호), 사천왕사지 녹유신장상 등 총 177건 2,007점이 선보인다.
미륵사를 장식한 우리나라 최초의 녹유기와
제1부 ‘녹유, 미륵사를 물들이다’에서는 우리나라 첫 번째 녹유 기와인 미륵사지 녹유 서까래 막새의 위용을 소개한다. 미륵사는 녹유기와를 최초로 사용한 불교사원이다. 녹유기와는 미륵사 대부분의 건물지에서 1,300여 점이 발견되었다. 이처럼 미륵사 전역에 녹유기와를 사용한 것은 사비도성 백제왕궁에서도 볼 수 없는 특징으로, 백제 최대 불교사원이었던 익산 미륵사의 높은 위상을 짐작케 한다. 이 전시에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미륵사지 출토 기와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제2부 ‘녹유, 불국토를 장엄하다’에서는 고대 삼국시대 불교사원에서 사용하였던 녹유문화재들을 전시한다. 불교경전에서는 부처의 정토세계를 ‘유리로 된 땅’이라 묘사하였는데, 불교사원을 빛나는 녹유로 장식한 것이 곧 부처의 정토세계를 구현한 것이라 해석되기도 한다. 이 주제에서는 신라 사천왕사지 녹유 신장상과 녹유 전돌 등을 통해 백제와 신라 불교사원 속 녹유가 갖는 의미를 알아본다.
제3부 ‘녹유, 권위와 부의 상징이 되다’는 녹유 그릇과 기와가 출토된 유적의 성격을 통해 주 소비계층의 경향을 살펴보는 주제이다. 녹유는 백제와 신라의 왕경인 부여와 경주를 중심으로 확인되는 것이 특징이다. 지방에서도 산성과 분묘 등 지배계층의 공간에서 출토되었다. 녹유로 물들인 다양한 전시품을 통해 당시 지배계층들이 향유했던 고급문화의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제4부‘우리나라 첫 번째 유약을 만들다’에서는 녹유의 성분과 제작기법에 대해 알아본다. 당진 구룡리, 부여 쌍북리, 경주 손곡동․물천리 유적 등 백제와 신라 가마 유적에서 출토된 녹유 기물과 제작 도구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첫 유약인 녹유의 제작법에 대해 알 수 있다.
다양한 온라인 전시 콘텐츠 제공
국립익산박물관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생활 속 거리두기’방침에 따라 다양한 온라인 전시 콘텐츠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번 특별전의 언론공개회는 국립익산박물관 유튜브 채널 및 누리집, SNS에서 실시간으로 온라인 생중계로 열리며, 전시 기간 중 담당 큐레이터가 진행하는 온라인 전시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별전을 포함한 전시 관람은 박물관 누리집에서 온라인 사전예약을 할 수 있으며, 박물관에서도 현장 신청이 가능하다.
고대 삼국시대 녹유를 시유한 기와로 건물을 장식할 수 있는 곳은 미륵사와 같은 불교사원이나 왕궁이었다. 청자의 등장으로 녹유 도기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푸른 기와는 권위와 위엄의 상징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지금은 비록 오랜 세월이 흘러 귀하고 고운 빛을 잃었지만, 찬란히 빛났을 녹유 본래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