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의회가 정치‧행정 권력의 감시와 약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언론의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 할 수 있는 언론관련 자치법규(조례)를 결국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번 조례 개정의 발단과 배경이 시민과 지역공동체를 위한 합리적인 발상이 아닌 일부 언론과 갈등을 빚은 특정 의원의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것 이라는 의구심을 낳으면서, 입법권 남용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익산시출입기자단(간사 강명수 기자 / 뉴시스)은 언론의 자유 침해 등 이번 조례 내용이 부당하다는데 총의를 함께하고 행정적 이의제기와 함께 법률적 대응 등에 나서기로 했다.
10일 익산시의회에 따르면 송호진 의원의 발의로 시작된 ‘언론관련 예산 운용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이 이날 205회 임시회 2차 본회의(폐회식)에서 최종 통과됐다.
새로 개정된 조례에 따라 익산시 출입 언론사는 소속 기자의 보도가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정정보도 결정이 내려질 경우 그로부터 1년 동안 익산시의 홍보 예산 집행 대상에서 제외되게 된다.
손해배상의 경우 벌금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3년을 지원 중단하고 1년에 1회 이상 누적되면 1건마다 1년씩 추가되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5년이나 지원 중단된다.
특히 의회는 그 적용 대상 범위를 시 행정과 의회 관련 보도는 물론 익산 소재 각급 관공서와 일반 사업장, 심지어 시민 개개인에 대한 보도까지 포함시키며 사실상 언론의 비판·감시 기능을 크게 위축 시켰다.
홍보예산 운용 제한 조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언론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언론사 및 언론인들의 책임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것이란 게 의원들이 내놓은 개정의 취지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의회의 취지와 달리, 법조계와 학계 등에서는 언론의 비판 기능을 무력화하고 홍보 예산으로 언론매체를 통제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허위 보도의 경우 언론중재위의 중재는 물론 현행 제도하에서도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에 자치법규로 추가 제재를 가하는 것은 이중처벌이자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
지역의 한 법조인은 "사실과 다른 보도의 경우 언론중재위를 통해 정정보도나 직권조정 결정 등을 통해 이를 바로 잡을 수 있고, 더욱이 오보 피해자는 정정보도와 별도로 언론사와 기자에 대해 고소, 고발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며 "현행법으로 얼마든지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데도 별도의 자치법규로 추가 규제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분석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언론 재갈물리기 논란을 빚고 있는 이 조례 개정의 발단이 지역 공동체 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발상이 아닌 일부 언론과 갈등을 빚은 특정 의원의 개인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의구심의 근거로 기자단 대표 강명수 간사는 “A의원은 지난 8일 상임위 회의장에서 관련 조례의 개정 배경을 설명하면서 ‘극소수 문제있는 (언론인) 때문에 언론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그는 조례 개정안 상정 이후에도 프레스센터를 찾아 기자들에게 ‘관련 없는 기자들까지 신경을 쓰게 해 죄송하다’ ‘한 주간지 기자와 그 기사로 인해 조례를 발의하게 됐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고 사례를 들었다.
강 기자는 이어 “애초 수정되기 전 개정안에는 정정보도 결정이 내려질 경우 그로부터 5년 동안 홍보비 집행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벌금형이 확정되면 10년간,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심지어 20년간 광고를 중단하도록 규정하는 등 터무니 없는 제제 규정을 만들 정도로 개인감정을 드러냈다”며 “해당 의원 스스로 자신과 갈등을 겪고 있는 언론인 2~3명 때문이라고 불순한 발의 배경을 인정한 셈으로, 개인감정에 입법권을 사용한 권한남용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 A의원은 자신을 비판한 해당 주간지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경찰 고소까지 강행하며 처벌 의지를 내비치는 등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산시출입기자단은 10일 긴급총회를 갖고 “이번 조례는 언론의 취재기능을 현저하게 저하하는 처사이자, 명백한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행태”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항의 성명과 함께 탄원서 등 행정적 이의제기, 행정 소송 등 법률적 대응 등에 나서기로 했다.
조례 개정과 관련해 A의원은 “언론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수반된다”는 원론적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