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의회가 언론의 보도 활동을 위축시키는 사실상의 독소조항성 조례를 만들고 있어 ‘과도한 자치법규 제정’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의회가 시민의 대변자로서 언론 활동을 적극 보장·장려하기는커녕 오히려 시민의 알권리를 대변하는 언론의 보도·비판 기능 등을 과도하게 통제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9일 익산시의회에 따르면, 송호진 의원의 발의한 ‘언론관련 예산 운용에 관한 조례’에 대한 개정안이 지난 8일 상임위원회에서 수정·가결됐으며, 이 조례안은 10일 열리는 본회의를 통과하면 상급기관인 전북도 등의 관련 절차를 거친 뒤 최종 관보에 게시되는 즉시 시행된다.
의회는 당초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조정성립 또는 직권조정 결정을 통해 정정보도 또는 손해배상이 연 3회 이상인 경우 1년 이상 지원을 중단토록 규정했던 조항을 이번 개정안을 통해 1번만 정정보도 또는 손해배상을 해도 1년 이상 지원을 중단토록 적용 횟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제재를 강화했다.
특히 손해배상의 경우 벌금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3년을 지원 중단하고 1년에 1회 이상 누적되면 1건마다 1년씩 추가하도록 했으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5년을 지원 중단케 하는 등 지원 중단 기간을 늘리는 방법으로 강화했다.
더욱이 그 적용 대상 범위를 익산시민과 익산시 관내 관공서, 익산시 소재 사업장 등 사실상 익산 관련 보도 전체로 규정해 분쟁의 가능성도 크게 높였다.
이 조례가 본회의를 통과해 발효될 경우 익산시를 출입하는 언론기자는 언중위의 조정을 거쳐 한 번만 정정보도하게 되면 익산시의 홍보 예산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된다.
언론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공동체의 건전한 발전이 이 조례의 목적이고, 홍보예산 운용 제한 조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언론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언론사 및 언론인들의 책임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것이란 게 의원들이 내놓은 개정의 명분이다.
하지만, 홍보예산 운용 제한에 따른 지원 중단 대상, 기간 등의 과도한 적용범위는 이 조례의 순기능적 목적과 달리 오히려 언론 비판 기능을 위축케하는 독소조항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 조례를 악용해 비판적인 언론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을 여지가 적지 않다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의회는 언론이 사실을 보도 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무부분별한 중재요청이나 정치인들의 면피용 중재요청 등 악용될 여지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산시민단체협의회 한 관계자는 “시의회가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힘을 이용해 언론을 과도하게 통제하려는 것은 주민들의 알 권리는 안중에 없는 그것이야말로 의회 권력의 갑질”이라며 “언론중재위의 중재(정정보도)를 1차례 받았다는 이유로 경영이 열악한 지역 언론에 홍보비 집행을 전면 차단하는 것은 상식의 도를 넘어선 몰상식한 행위이고, 비판 견제를 받아야 할 정치인들이 오히려 이를 악용할 소지도 다분하다”라 지적했다.
법률적 한계를 벗어난 과도한 자치법규라는 법조계 해석은 물론 시의회 내부에서조차도 과도한 제재라는 의견이 있는 등 향후 법적 분쟁의 여지까지 남겼다.
지역의 한 변호사는 “언론 관련 조례안은 헌법 등 상위법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 등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적용범위 등이 너무 과도하고, 악용될 소지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송호진 의원은 조례 개정 심의에서 “언론이 사실을 보도 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수반된다고 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