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국토관리청이 시행중인 도로와 교량의 설계·시공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기성금을 과다 지금하는 등 회계 부실과 예산낭비 사례가 감사원 감사에서 무더기로 적발됐다.
특히, 새천년대교, 소양대교 등 수천억 규모의 대형교량에서도 부실 설계·시공이 대거 발생해 안전상의 우려가 제기되는 등 익산국토청의 관리·감독 기능이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
소양대교 등 교량 부실설계·시공 '수두룩'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약 한 달간 부산·익산·대전지방국토관리청 등이 총 사업비 22조원을 들여 시행하는 교량과 도로 공사 189건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문제 사례 포함한 총 40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3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익산국토청이 공사를 맡은 소양대교(전주 용정동~완주군 용진면/총사업비 2555억원)는 공사업체가 기준에 못 미치는 설계·시공으로 상부 구조물에 폭 0.1∼0.15㎜에 이르는 균열이 230군데나 발생했다. 소양대교는 올해 말 개통될 예정이지만 익산국토청은 균열의 원인규명이나 안전성에 대한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익산국토청이 역시 맡고 있는 전남 신안군 새천년대교(총사업비 5205억원)도 3차로에 해당하는 차량하중을 적용해 설계·시공해야 하는데도 공사업체가 지침을 어기고 2차로 기준으로 설계, 주요 구조물이 하중에 견디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현수교의 구조적 안전성이 확보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3차로까지 확대 운영을 할 수 없게 되는 등 다리의 사용성도 크게 저하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앞서 새천년대교는 공사 과정에서 수십억 원의 뒷돈을 주고받은 시공사 현장소장 등 10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된 바 있다.
또한 익산국토청은 남원~곡성 도로건설공사에 포함된 '금곡교를 시공하면서 고강도철근으로 설계한 도면과 다르게 일반철근을 사용,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비 부풀리기 등 회계 부실도 ‘무더기’
이런 가운데, 익산국토청 시행 현장에서는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기성금을 과다 지급하는 등 회계관리에도 상당한 부실을 드러냈다.
익산국토청은 정읍 부전~순창 쌍치 등 3개공구 공사비에 불필요한 유지관리비 총 20억여 원을 과다 계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결과 문제의 유지관리비는 해당지역 시·군청이 부담해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군장대교(군산~서천)와 부안 격포~하서 등 21개 공구 업자들에겐 총 3억 원대의 기성금이 더 지급됐다. 이미 총액에 반영된 물가상승률을 퇴직공제부금과 산업안전보건비 등 세부항목에도 중복 반영한 탓이다.
공사현장에서 나온 폐 아스콘과 콘크리트 등 건설 폐기물을 성토재로 재활용하지 않고 업체에 맡겨 예산을 낭비한 사례도 쏟아졌다. 이런 사례는 정읍~신태인과 김제~신태인 등 모두 10개 공구에 37억 원대로 추산됐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문제의 공사비는 즉각 회수하거나 감액하고 설계나 시공이 부실한 현장은 재설계나 재시공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