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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뛰빵빵~ 작은 버스에 큰 세상 싣고 달려요

익산 구석구석 찾아가는 도서관

등록일 2012년10월18일 18시31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가고 싶은 곳과 지금 있는 곳

만나고 싶은 이와 만나고 있는 사람

당장하고 싶은 일과 붙잡고 하는 일

이런 일상의 간극을 좁혀주는

세평 남짓 ‘희망 버스’가 있다.

‘스르르’ 책장마다

‘차르르’ 꿈을 심고 싶다면

지금 이동도서관 버스에 올라 보자.

# 익산 구석구석 15년을 달리다

책 문화도시 익산시는 1998년부터 도서관을 찾기 어려운 정보접근 소외지역 주민과 장애인, 군인 등 되도록 많은 시민에게 독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찾아가는 이동도서관을 운영해 왔다.

아담한 25인승 버스로 시작한 이동도서관은 35인승 버스로 몸을 키우고 아파트 밀집지역 35곳과 읍면지역 6곳, 사회복지시설 5곳, 장애인 회원, 군경부대 등 총 9개 지구, 50개 지역을 격주로 순회하며 꿈을 배달하고 있다.

# 세 평 남짓 공간, 작지만 알차다

현재 이동도서관에는 어린이도서와 일반도서, 신간 및 베스트셀러 등 1만여 권이 구비돼 있으며 하루 약 70~100여명의 시민들이 100~150여권의 책을 대여해 읽고 있다.

이동도서관은 일반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대출과 회원증 발급, 분실신고 등을 소화하며 작지만 알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익산 시민(성인)이라면 누구나 신분증만으로 도서관 회원증을 만들 수 있고, 당일 대여도 가능하다. 책은 1인 5권씩 2주간 무료로 빌려볼 수 있는데 가족 이름을 통해 10~15권도 대여할 수 있다. 또,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비치 희망도서 대장에 책을 추천할 수도 있다.

# 꺼지지 않는 엔진 그리고 두 사람

이동도서관 버스에는 때론 엄마 때론 언니처럼 반겨주는 오남식(47) 사서와 할아버지처럼 다정한 웃음을 건네는 오성온(54) 주무관 두 사람이 근무 중이다. 버스 운전석 한편에 놓인 모과처럼 둘의 웃음에선 싱그럽고 맑은 향이 은은히 번진다.

책대여와 정리를 맡고 있는 오남식 사서는 1년 6개월 전 이동도서관 업무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멀미 때문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단다.

도서관 버스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환경에서 책을 골라 볼 수 있도록 늘 시동을 켜두고 있는데 장시간 차체의 진동을 느끼며 일을 하다보니 속이 울렁거려 무척 힘들었다는 것. 하지만 그도 이제는 적응이 되어 더 건강해졌다고 너스레를 떤다.

도서관 차량을 지원하는 오성온 주무관은 늘 시민들에게 살갑게 안부를 묻는다. 하굣길에 참새 방앗간 들르듯 버스만 보면 와르르 몰려드는 꼬마 단골들은 그를 할아버지처럼 따른다. 그도 친손주 마냥 녀석들의 어깨를 쓰다듬어 주고 이름을 불러주며, 어떤 책을 고를까 망설이는 아이들에게 책 추천도 잊지 않는다. 가끔 호주머니에서 꺼내주는 사탕 선물은 이동도서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달콤한 덤이다.

4년을 근무한 그는 이동도서관이 쉬는 1, 2월과 태풍 때 일찍 문을 닫은 것을 제외하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핸들을 잡았다.

사람 대신 책을 싣고 달리는 이동도서관 버스는 책 무게 때문에 일반 차량에 비해 운전이 까다롭다. 천천히 부드럽게, 신호와 차선을 우직하게 준수하며 달리는 신사버스는 그의 손으로 무사고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늘 익산 곳곳을 다니다 보니 잊지 못할 일도 있었다. 왕궁면 짜장면 가게 아들은 이동도서관 단골이었는데 어느 날 가게가 문을 닫고 소식이 뚝 끊긴 일이 있었다고 한다. 아이 안부도 궁금하고 책도 돌려받아야 해 난감하던 찰나, 그 아이를 함열에서 다시 만나게 됐단다.

“아저씨 오랜만이에요!”

아이는 부모를 따라 함열로 이사를 왔다며 그간 이야기를 전했다. 같은 익산하늘 아래 있다 보니 필연적 상봉은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잊지 않고 버스를 찾고 책과 미소를 돌려준 기억이 그에겐 곱씹어도 새록새록 하다.

# 책愛 빠진 읽.산. 후딱 골라도 홀딱 반한다!

이동도서관은 고정 팬(?)이 확실하다. 재미난 책과 친구들과의 만남이 있으니 아이들에겐 인기만점이고 엄마들에겐 사랑방으로 통한다. 이웃하며 별별 얘기 오갈 일 없이 삭막할 거 같은 시대지만 이동도서관 버스에선 반상회라도 하듯 고소한 수다들이 팝콘처럼 퐁퐁 튀어 오른다.

4년 넘게 이동도서관을 이용 중인 한 주부는 “매번 꾸준히 나오는데 아이가 2주에 한 번 오는 차량을 기다리는 습관이 들었다”며 “무엇보다 본인이 직접 고른 책이기에 안 읽고 쌓아두기만 하는 일은 없다”고 말한다.

군에서 근무 중인 병사에게도 이동도서관은 손꼽아 기다리는 면회객이다. 매번 책을 빌리려 나온다는 함라9585부대 한 병사는 “병영 생활을 하며 책을 가까이 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도서관을 통해 책을 빌리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어 좋다”며 웃어 보인다.

보통 한 곳에 20~30여분을 머무는 이동도서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스피드! 차가 떠나기 전 후딱 골라도 홀딱 반할만한 책을 고르려면 꾸준히 도서관에 발도장을 찍으며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책 한 권과 마주하고 싶다면 지금, 가장 가까이 눈에 띄는 이동도서관 문을 두들겨 보자.

이동도서관운영 일정은 익산시립도서관 홈페이지(http://lib.iksan.go.kr)를 참고하면 되고 문의는 익산시립도서관(☎859-3728)로 하면 된다.

 

소통뉴스 정명열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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