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두 아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급류에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은 故 이영준 군(이리고 2년)의 숭고한 희생이 익산사회를 슬픔에 빠뜨렸다.
이 군은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 10명과 함께 16일 완주군 운주면의 하천을 찾았다. 이날 오전까지 보충수업을 받은 이군 일행은 잠시나마 학업 스트레스에서 탈출하고자 잠깐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친구들과 족구 등 운동을 마친 이 군은 인근 물가를 찾아 땀을 식히고 있었다.
그 때 살려달라는 외침과 함께 두 명의 아이가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 오는 것을 목격했다.
아이는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다리 밑 흉관에서 소용돌이로 변한 물줄기 속에서 겨우 난간에 매달려 울부짖고 있었다.
이 군과 친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이를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친구들은 난간에 매달린 아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 군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급류에 뛰어들어 물속에서 아이를 들어올렸다.
아이는 생명을 구했지만 힘이 빠진 이 군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 군은 2km 가량 떨어진 하류에서 발견돼 전북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꽃다운 나이에 숨을 거뒀다.
살신성인의 정신을 발휘한 이 군은 평소 리더십이 강하고 의협심이 강한 명랑한 학생이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먼저 앞장서 솔선수범하고 침착해 의리의 사나이라고 소문이 났을 정도.
교우관계도 두터워 언제나 친구들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 사실을 입증하듯 빈소가 마련된 팔봉장례식장에는 초․중․고 친구들이 이 군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이 군은 보충수업을 한 번도 빼 먹지 않을 정도로 모범적이었으며 과학중점반으로 활동하며 나노공학, 엔지니어의 꿈을 키워 오고 있었다. 팔씨름왕 스모왕으로 정평이 나 있을 정도로 다부진 체격과 활달한 성격을 지녔다.
이런 이 군이었기에 숭고한 희생이 가능했다는 것이 담임교사와 친구들의 설명이다.
담임 조미선 교사는 “아이들을 위로하고 달래야 하는 입장이지만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며 “비통하지만 영준이의 값진 희생이 두 아이의 생명을 구했다”고 말을 흐렸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친구 박기량 군은 “만감이 교차한다. 영준이만이 할 수 있는 용감한 행동이었다”며 “비록 함께 웃을 수 없지만 평생 가슴에 담아 둘 소중한 친구”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익산시는 이영준 군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의사상자 추진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