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 가슴 안의 시를 듣는 것/ 그 시를 자신의 시처럼 외우는 것/ 그래서 그가 그 시를 잊었을 때/ 그에게 그 시를 들려주는 것” (류시화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중)
익산시립도서관 이혜선 주무관과 함께하는 ‘1주 1책 즐거운 책읽기 여행’에서 8월 둘째 주에 추천하는 책은 류시화 시인의 시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이다.
‘삶에는 시로써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글귀로 시작하는 이 시집은 시인 류시화가 15년만의 침묵을 깨고 세상에 내놓은 것으로 그는 그간 명상서적을 번역 소개하거나 인도·네팔 등지를 여행하며 꾸준히 시를 써왔다.
56편의 주옥같은 시 중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에서 그는 오랜 여행에서 비로소 ‘시인’으로 돌아와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말들이 달라졌을 것이란 발칙한 상상을 전한다. 사전에 기술된 의미 너머, 사물의 본질을 성찰하는 것이다.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단어들이 바뀌었으리라/ 눈동자는 별을 잡는 그물로/ 상처는 세월이 지나서야 열어보게 되는 선물로/ 목련의 잎은 꽃의 소멸로/ 죽음은 먼 공간을 건너와 내미는 손으로”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중)
깊은 울림과 맑은 시어,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시적 감성과 상상력이 가을 초입 스산해진 마음을 강하게 껴안아 준다.
또, ‘어머니’, ‘소면’ 등 스쳐 지나가는 풍경과 바람,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움직임에 귀를 기울이는 그의 중얼거림은 류시화라는 시인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고 똑같지는 않지만 닮은 모습에서 독자는 위로와 치유를 받게 된다.
문화평론가 겸 시인 이문재는 “시가 부족해지면서 가난해졌고 시를 멀리하면서 우리가 작아졌다”며 류 시인의 시를 추천했다.
시집은 짧은 호흡으로 순식간에 읽어버릴 수도 있지만 여러 번 반복하며 음미하다 보면 황무지 같던 마음 밭도 금세 촉촉하고 부드러워짐을 느낄 수 있다.
한편, 시인 류시화는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에 시가 당선돼 문단에 나왔으며 대표작으로는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1991)’,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1997)’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