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원과 청정원으로 유명한 대상그룹이 계열사 ‘대상베스트코’를 통해 식자재 유통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익산을 포함해 전국 40여곳이 해당한다.
대상은 대형점포 개설 방식이 주민 반대로 어려움을 겪자, 지역의 대리인을 내세워 뒤에 숨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편법을 들여다보면 지역의 식자재 업체를 인수하고 그 사장을 임원으로 등록한다. 그리고 인수 업체 대표를 앞세워 사업을 확장하고 대형마트를 만들면 이를 합병하는 방식이다.
대상은 익산에서도 이런 꼼수를 부렸다. 대상은 인수 업체의 사업 확장이 중소기업청 중재 결정(1년 동안 협의)으로 막히게 됐다. 그러자 인수 업체 대표자 부인 명의로 건축허가를 추진했다.
익산시는 이것이 대상의 꼼수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허가를 내줬다. 익산시는 편법적인 건축허가 요청을 들어준 뒤, “행정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궁색한 답변만 하고 있다. 익산시는 지역상권 보호를 위해 대상의 진출을 지역민과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던 약속을 깬 셈이다.
시민은 상실감을 넘어 배신감을 느끼는 상황이다. 파산하는 지역경제를 보호하고, 대기업의 편법에 제대로 대응해야 할 익산시가 이를 허가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지역경제 잠식에 제대로 대응해야 할 행정이 규정을 이유로 역할을 포기한다면, 시민들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겠는가? 대기업의 편법에 대해 행정 규정을 이유로 허가하는 행정을 어떻게 믿고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겠는가?
익산은 행정의 의지와 노력으로 화상경마장 추진을 막은 경험이 있다.
2005년 마사회는 익산시에 화상경마장을 설치하기 위한 건물용도 변경 신청(문화·집회시설)을 제출했다. 하자가 없었기 때문에 허가를 내주어야 했지만 익산시는 반려했다.
시민의 반대 등을 내세워 허가해주지 않은 것은 ‘행정의 법규 위반’이었다. 이에 반발한 건물주가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전북도도 같은 이유로 기각했다. 결국 행정소송까지 제기돼 익산시가 패소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 변화로 화상경마장은 결국 무산됐다. 만약 당시 익산시가 패소해 화상경마장이 들어섰더라도 시민들은 ‘행정의 노력’을 충분히 공감했을 것이다.
대상의 치졸하고 편법적인 꼼수에 분노를 느낀다. 더불어 시민과 함께하는 행정이라는 최소한의 신뢰도 무너졌다.
시민들은 고단한 삶의 터전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시민과 공감하는 익산시의 ‘시민행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