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리 유적에서 출토된 이 반질반질하고 길쭉한 막대는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2002년 왕궁리 서북쪽 일대 2,000제곱미터를 발굴하던 중 동서 석축 배수로의 남쪽을 조사하다 좁고 기다란 모양의 구덩이가 발견되었다.
이 정체불명의 구덩이 속에서 25~28㎝ 길이의 자 모양의 막대가 여러 점 수습되었다. 또한 짚신, 나무방망이 등이 출토되었고 밤 껍질, 참외 씨, 콩, 씨앗류 등이 두텁게 부엽층을 이루고 있었다.
발굴조사 이후 정체불명의 구덩이에 대한 성격을 밝히기 위한 다각적인 연구 결과, 2004년 1월 토양 분석에서 기생충 알 등이 확인되어 백제시대 화장실터였음이 확인되었다. 이 막대의 정체는 측주(廁籌) 즉 대변을 본 후에 뒤처리를 하던 도구였음이 밝혀졌다.
왕궁리유적의 대형화장실 유구는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최고 오래된 화장실터이고 뒤처리용 막대기 출토 역시 유일하다.
이 대형 공동화장실은 동서방향으로 나란히 위치해 있으며 총 3기가 발견되었다. 화장실 1실의 규모는 길이 10.8m, 폭 1.8m, 3.4m이다.
특히, 왕궁리유적 동서석축배수로 남편에서 내부의 오수를 좁은 수로를 통하여 밖으로 빼내는 오늘날의 정화조와 같은 과학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 유구(遺構) 옛날 토목(土木) 건축(建築)의 구조(構造)와 양식(樣式) 등(等)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잔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