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입주를 앞두고 공사가 한창인 모현동 에코르 공공임대 아파트 건축현장.
84㎡(32평형) 보증금 7천542만원, 월 임대료 28만5천원
101㎡(38평형) 보증금 1억3천897만원, 월 임대료 36만5천원
전북개발공사가 모현동 배산택지개발지구에 건설 중인 에코르 공공임대 아파트의 임대가를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해 '무늬만 공공 임대' 논란을 빚고 있다.
4일 전북개발공사에 따르면, 모현동 시립도서관 뒤편에 10년 공공임대아파트 676세대를 건설하고 있다. 이달 28일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다음 달 11~14일까지 특별공급청약에 이어 16일에는 일반공급 1순위 청약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리고 내년 6월 입주예정이다.
전북개발공사가 밝힌 이 아파트의 공공임대가는 84㎡(32평형)의 경우 임대보증금 7천542만원에 월 임대료는 28만5천원이며, 101㎡(38평형)의 경우 1억3천897만원의 임대보증금에 월 36만5천원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전북개발공사는 이 같은 임대가 책정에 대해 익산지역 아파트 전세가의 80%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대가가 도청소재지인 전주의 임대가 보다도 비싼데다가 공공임대라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비싸게 책정돼 '무늬뿐인 공공 임대'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실제 전북개발공사가 2년 전 전주 장동에 지어 임대한 84㎡(32평형)의 임대 조건(보증금5천5백만 원, 월 임대료 21만 원)과 비교하면, 익산 에코르의 공공 임대가격은 보증금에서 2천만 원이, 임대료에서는 7만5천원이 각각 비싸다.
뿐만 아니라 전북개발공사가 밝힌 익산지역 아파트 전세가의 80%를 적용했다는 논리도 주거 안정을 꾀하기 위한 공공의 개념이 우선되어야 할 전북개발공사로서는 맞지 않은 논리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지역 부동산 업계는 “전국적으로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가 급등하고 있는 대표적 지역이 전북이고, 특히 최근 몇 년간 전북에서도 익산지역은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며 “그런데 전북개발공사는 비정상적으로 급등세를 타고 있는 익산지역 전세가를 적용하는 욕심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현재 급등세를 타고 있는 지역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도 전북개발공사 에코르의 임대료는 터무니없이 비싸다는게 지역 부동산업계의 중론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익산지역 84㎡(32평형) 중간 수준 아파트 전세가는 1억1천만 원에서 1억2천만 원 선이다. 물론 고급 아파트로 분류되는 엘드수목토나 엘지 자이 아파트는 2억 원을 호가하기도 하나 이런 사례는 고급 아파트에 한정되고 있다.
그러나 전북개발공사의 공공 임대는 보증금과 연리 5% 선에서 계산한 월 임대료를 합산할 경우 1억5천만 원에 육박한다. 더구나 국민주택기금이 3%라는 점을 감안하면 액수는 훨씬 올라간다 할 수 있다.
101㎡(38평형)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국민주택기금을 받지 못하는 조건이라지만 최고급 아파트 분양가와 맞먹거나 넘어서는 경우다. 공사 측이 밝힌 1억3,897만원의 임대 보증금에 월 임대료 36만5천원을 연리 5%로 계산하면 2억3천만 원에 육박한다.
인근 모현아파트재건축조합이 짓고 있는 ‘e-편한 세상’이 평당 600만원에 분양하고, 모현도서관 앞에 짓고 있는 부영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도 600만 원 안팎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전북개발공사의 공공임대 개념은 무색해 진다고 볼 수 있다.
전북개발공사가 이 같이 공공아파트의 임대가를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하자 ‘이것이 임대이냐? 고급아파트 분양이지’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등동에서 청약저축에 가입하고 공고를 기다리던 김모 씨는 “서민의 주거안정 개념인 임대아파트에 살 사람이 월 수십만 원의 임대료를 내고 여기에 수십만 원의 관리비를 감당할 서민이 얼마나 되겠느냐? 전주 장동의 예를 보면서 5~6천만 원의 임대보증금에 20만 원 선의 월 임대료를 예상하며 청약저축을 들었는데 이러한 상황이라면 입주는 꿈도 못 꿀 상황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동산 업계에 종사하는 장모 씨도 “전북개발공사가 익산에 수요자가 많은 것을 빌미로 집장사에 나섰다. 공적인 기능으로 임대가를 산정하지 않고 전세 시세 운운하는 것은 건축업자들이 할 소리이다. 익산에서 단단히 한 몫 챙기려는 전북개발공사에게 익산 시민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단 한명도 임대 신청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