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의 부실대학 선정은 대학과 재단이 학사 운영의 난맥상을 보이며 제역할을 하지 못한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은 재단의 눈치보기에 급급해 바른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재단은 대학의 발전기금 수십억원을 사용하고도 갚지 않는 등 양측 모두 학사 운영의 난맥상을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20일 원광대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 1997년 경기도 군포에 병원을 설립하면서 학교발전기금에서 50억원을 차용해 건설비용으로 사용했다.
대학발전기금은 학교의 교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사용해야 되지만 재단은 이 기금을 사용목적을 벗어나 쌈짓돈처럼 사용한 셈이다.
특히 재단은 십여 년이 넘도록 이 돈을 갚지 않아 지난달 감사원 감사에 적발되는 등 이번 부실대학 선정의 한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처럼 대학운영이 재단에 의해 좌지우지되면서 충격적인 원광대 부실대학 선정으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내부에서조차 이런 재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학의 한 교수는 “학교발전을 위해 재단에서 기금을 내놓지는 못할망정 학교운영에 깊숙이 개입해 학교를 멍들게 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동문들도 원광대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대학과 재단의 제역할을 주문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문회 관계자는 “학교와 재단은 학교발전을 위해 해야 할일이 분명 정해져 있고, 그 선을 지키지 않으면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될 게 뻔하다”며 “재단은 학교 발전을 위해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회 관계자도 “학교와 재단이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 사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실망만 커지고 있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원광대 출신이란 자부심마저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학측 관계자는 “당시 병원 설립은 학교운영의 일환이었고, 운영하면서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상환이 지연됐다”며 “재단과 대학이 모두 빠른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