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도박사이트를 개설·운영한 혐의로 구속된 처남 이모씨(44)의 수익금을 보관해 온 매형 이모씨(53)가 김제 자신의 밭에 묻어 은닉한 돈은 무려 11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밭에 묻어뒀던 돈 일부가 없어졌다며 매화나무 옮겨심기 작업을 했던 중장비 기사를 추궁한 것이 기화가 돼 범행 일체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
5만원권 돈뭉치가 10일 전북 김제시 금구면 축령마을의 한 밭에서 발견됐다. 김제경찰서가 포클레인을 동원해 추가 수색작업을 벌인 결과 총 110억7800만원이 나왔다.
김제경찰서는 11일 전북지방경찰청 기자실에서 사건 중간 브리핑을 갖고, 이 씨의 밭과 주거지, 이 씨 아들(25)의 렌터카 등에서 총 110억7,800만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7억원을 잃어버렸다”는 이 씨 주장에 수사를 시작했으나 이후 은닉자금은 27억에서 47억, 57억, 64억, 110억 원대로 늘어갔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110억원 가량의 범죄수익금을 자신의 밭에 숨겨둔 혐의(범죄수익은닉의규제 및 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이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 총책임자였던 자신의 큰 처남 A(48·수배 중)씨와 작은 처남 B(44·수감 중)씨로부터 110억여원의 돈을 넘겨받아 지난해 6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자신의 밭(990여㎡)에 은닉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플라스틱 페인트 통과 김치통 등 24개에 돈을 나눠 담아 밭 가장자리 곳곳에 묻었다.
밭에 숨겼던 110억원대의 돈이 탄로 난 것은 이 씨 밭에서 지난 2월 매화나무 옮겨심기 작업을 했던 중장비 기사 안모(52)씨의 신고 때문이었다. “땅에 묻어둔 17억원 중 7억원이 없어졌다. 보지 못했느냐”는 이 씨의 추궁에 불안감과 수상한 낌새를 느낀 안 씨가 지난 8일 오후 5시55분께 경찰에 신고를 한 것.
경찰은 수사 첫날(8일) 이 씨 밭에서 3억원을 확인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경찰은 신고자인 안 씨로부터 “매화나무 작업을 할 때 컨테이너 박스 옆에 페인트통 2개를 확인했으나 그냥 흙을 덮었다”는 진술을 확보, 더 많은 돈이 있을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수색에 들어갔다. 경찰은 9일 이 씨 아들의 렌터카 트렁크와 이 씨 집 금고에서 21억1,500만원을 발견했고, 다음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 씨 밭을 샅샅이 수색해 86억6,200만원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 씨는 2009년 4월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처남들로부터 이 돈을 넘겨받아 자신의 집에 보관해 왔으나, 이후 불안한 마음에 김제에 300평 상당의 밭을 사들여 이곳에 돈을 묻었다. 현재 B씨는 도박개장 혐의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오는 5∼6월께 출소를 앞두고 있으며, A(48)씨는 장기간 도피로 경찰 수배 중에 있다.
경찰 관계자는 "돈을 묻은 이씨 주변 인물과 수감 중인 처남 이씨에 대해 추가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면서 "자금 출처와 도박사이트로 챙긴 170억원 중 남은 60억원의 행방도 조사할 방침이며, 압수한 금액은 전액 국고로 환수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