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왕궁리 유적에서 7세기 백제 궁궐의 후원(後苑)과 수로시설이 국내 최초로 확인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왕궁리 유적에서 동쪽으로 1.4㎞ 떨어진 제석사지 2차 조사에서는 가람 배치가 사비기 백제의 사찰과 동일하며, 그 규모가 매우 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89년부터 익산 왕궁리유적(사적 제408호) 및 제석사지유적(사적 제405호)발굴조사 중인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올해 북편 구릉지역 조사 결과 백제시대 궁성 후원의 존재와 물길(曲水路), 보도시설, 석축시설 및 건물터 등으로 구성된 내부시설을 국내최초로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소가 밝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곡수로는 구불구불한 곡선 형태로 크게 두 줄기가 확인되었다. 그 중간에는 물을 저장하여 수량을 조절하기 위한 네모난 집수시설(集水施設)이 만들어져 있다. 곡수로의 너비는 80~140㎝이고 단면은 바닥이 편평한 U자형으로 현재까지 확인된 총 길이는 228m이다.
중국 동진(東晉)시대부터 유행했고 일본 헤이죠큐(平城宮) 동원정원(東院庭園) 등에서 채택되었던 구불구불한 물길이 후원 공간에서 중심적인 요소로 확인됨으로써 동아시아 고대 원림의 조영 방식에 대한 비교 연구가 가능해졌다고 연구소는 평가했다.
연구소는 또 왕궁리 유적에서 동쪽으로 1.4㎞ 떨어진 제석사지 2차 조사에서는 가람 배치가 기본적으로 사비기 백제의 사찰과 동일하며, 그 규모가 매우 컸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목탑 등 기단 기초부의 특이한 조성 방식을 규명할 수 있었다.
우선, 이미 확인된 목탑지, 금당지, 강당지 이외에 회랑지, 중문지, 동․서건물지가 확인됐다. 목탑지의 중심에서 동쪽으로 42.2m나 떨어진 지점에서 확인된 동회랑지는 폭이 7.8m로, 폭 6.8m인 미륵사지 회랑 등 지금까지 확인된 백제 사찰의 회랑 중 가장 넓다.
또한, 목탑지와 금당지 사이의 서편에서 목탑과 규모와 축조수법이 동일한 방형 건물의 기초부(동서 21.5m, 남북 20.8m)가 새롭게 확인되어 제석사의 조성 및 변천양상을 밝히는데 새로운 단서를 확인하게 됐다.
건물 기초부는 목탑 기단 기초에서 보이는 달구질흔(고대 건물의 기초를 단단하게 다진 흔적)보다 훨씬 치밀하고 정교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네 모서리에서는 목탑지에서와 마찬가지로 계단상의 작업 통로가 발견되었는데 작업이 끝난 후 이 부분도 판축을 정교하게 했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연구서는 금당 서편의 이 방형 건물은 목탑과 그 규모와 축조수법이 동일하기 때문에 목탑과 아주 유사한 성격의 건물로 추정된다며, 남북편에 금당이나 중문 등 가람으로 추정할 만한 별다른 건물이 없어 그 조성 배경에 대해서는 앞으로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제석사지의 성격 규명을 위해서는 사적 범위의 확대와 제석사가 불탄 후 그 잔해물을 버린 곳으로 추정되는 인근의 폐기장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연구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소는 이 같은 조사 결과가 나옴에 따라 발굴조사 자문회의를 오는 30일 발굴현장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