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아동 성폭행범은 최근 5년동안 어느 정도의 형을 선고받았을까?

8세 여아를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을 놓고 국민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도내에서 발생한 아동성폭행범에 대한 법원의 형량이 세삼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이에 소통뉴스는 2004년 이후 도내에서 발생한 아동성범죄사건에 대한 처벌 현황과 불기소율은 물론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피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은 또 무엇인지 짚어봤다. -편집자 주-

▶성범죄자 처벌 현황
14일 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전주지법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죄(13세미만자강간 등)'로 판결 내린 사건은 모두 104건으로 조사됐다. 

전주지법은 이 가운데 42.3%인 44건에 대해 자유형을 선고하고, 43.3%인 45건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를 세부 양형별로 보면, 징역 등 자유형이 44건을 비롯 집행유예 45건, 재산형이 5건, 기타 8건, 무죄 2건을 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내 아동성범죄자 10명 중 4명에게 집행유예 처분이 내려지고 있는 것으로, 성범죄를 당한 당사자들이 두고두고 받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비해 너무나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특히, 아동 성폭력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증거 불충분 등으로 피의자의 불기소율이 매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가 대검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지검별 13세 미만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범죄 접수·처리현황’을 보면 전주지검의 경우 최근 6년 동안 성폭력 가해자의 불기소율은 2003년 16.1%에서 2006년 17.9%, 2007년 25%, 지난해 29.6%로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기소 처분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풀려나는 피의자가 많다는 뜻이다.

반면 성폭력 피의자의 기소율은 6년 동안 크게 감소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전주지검이 성폭력 피의자 31명 중 24명을 기소 처분해 기소율이 80.6%에 육박했다. 하지만 2004년 72.9%, 2006년 56.4%, 2008년 51.8%(1∼8월)로 매년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주요 성범죄사건 사례
#사례 하나. 익산의 한 중학교에 다니던 A(13)양은 지난 2월 하교하던 중에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B씨(26)로부터 길 안내 요청을 받았다. 늦은 시간도 아니고 사람이 많이 왕래하는 찜질방 앞이었던 터라 A양은 별 의심하지 않고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못가 주변에 인적이 뜸하자 이 청년이 갑자기 돌변, 자신의 차량에 A양을 강제로 태웠다. A양은 무조건 "잘못했고, 보내달라"고 빌기 시작했지만 이 청년은 A양의 교복을 강제로 벗긴 뒤 성폭행하고 도주했다.

# 사례 둘. 전주에 사는 한 여중생은 지난 2월 효자동 한 마트 인근을 지나던 중에 20대로 보이는 한 청년으로부터 솔깃한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았다. 이 청년은 이곳을 지나는 여 중·고등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해주면 30분에 3만원, 1시간에 7만원을 주겠다”며 C양을 속여 인근 건물 옥상으로 데려갔다. 이 청년은 아르바이트 생각에 아무 거리낌 없이 따라온 C양을 옆구리를 만지는 등 성추행하고 달아났다.

# 사례 셋. 올해 1월 여고생 D양(17)에게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20대 청년 E씨와 F씨가 만나서 같이 놀자고 접근해 왔다. 이들은 D양을 채팅을 통해 불러낸 뒤 새벽 3시께 여관으로 유인, 강제로 옷을 벗긴 뒤 번갈아 성폭행했다. D양은 성폭행을 당하는 도중 아랫도리가 많이 아팠지만 이들이 무서워 크게 소리 내서 울지도 못했다. 그날 이후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B양은 그때의 정신적 충격으로 잠도 이룰 수 없는 것은 물론 오랫동안 병원 신세까지 져야만 했다.

▶사법시스템 개선 ‘절실’
아동 성폭력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선 가해자에 대한 단호한 처벌과 공소시효 연장, 체계적인 범죄자 관리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우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은 매년 증가하는데도 구속·기소율은 점점 낮아지고, 형량도 실형보단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는 현재 사법·형사 시스템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 정부와 여당에서 검토 중인 형법상 유기징역의 상한선을 20년으로 올리고 전자발찌의 착용기간을 10년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이춘석 의원은 “아동성범죄는 당사자에게 평생에 걸친 큰 상처를 남기는 만큼 일선 법원들이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외국과 같이 성폭력가해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시스템 마련도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