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보호와 강압수사 방지를 위해 자정 이후 심야조사가 원칙적으로는 금지돼 있지만 현 정부 들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심야조사 횟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익산시갑, 법사위)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대검 중수부의 심야조사 횟수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0건, 2006년 17건, 2007년 1건을 기록했으나 현 정부 들어서 2008년 34건, 2009년 48건으로 크게 늘었다.
2006년에는 중수부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과 `론스타 비리 의혹 사건' 등 수사를 활발히 진행할 때였다.
또한 2007년은 공기업 비리 수사, 올해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여파로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정ㆍ관계 인사 들이 줄줄이 소환돼 심야조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에는 심야에 조사를 한 사람들이 대부분 기소됐지만 최근에는 반드시 재판에 넘기지 않을 사람을 상대로도 심야조사를 빈번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2007년에는 심야조사자 전원을 기소했으나 2008년에는 조사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6명을, 올해는 25명만을 각각 기소했다.
`철야조사'라고도 불리던 검찰의 심야조사 관행은 2002년 서울지검 특별조사실에서 물고문 등 가혹행위로 피의자가 숨지는 사건을 계기로 금지됐다.
이 사건으로 당시 장관, 총장이 동반퇴진하고 주임검사까지 구속되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되자 검찰은 철야조사를 전면 금지시켰다.
2006년 검찰은 법무부 훈령으로 `인권보호수사준칙'을 만들며 40조에서 피의자를 밤 12시 이전에 조사하도록 하는 `심야조사 금지' 조항을 뒀다.
하지만 "조사자가 동의하거나 공소시효 완성이 임박하는 등 신속한 조사의 필요성이 있으면 자정 이후에도 조사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둠으로써 심야 조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뒀다.
이춘석 의원은 "산하 지방검찰청과 경찰의 심야조사를 통제해야 할 대검이 인권보호 원칙을 깨뜨리고 있는 셈"이라며 "인권보호준칙이 허울뿐인 것으로 전락하지 않게 하려면 심야조사 금지 원칙을 보다 엄격히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