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가 부실 시공된 것으로 드러난 AI지역 상수도 매설 구간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100억원이 넘는 혈세가 들어간 상수도 시설이 더욱 망가져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민들은 부실 상수도 매설 구간의 잦은 파손으로 수돗물이 폐사 조류 침출수에 오염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먹는 물 걱정에 노심초사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익산시는 지난해 7~12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폐사한 조류를 묻었던 황등면, 여산면 등에 103억원(국비 지원 93억8200만원)을 들여 모두 123.5㎞의 상수도관을 매설공사를 벌였다.
익산시가 폐사 조류 매립으로 생긴 침출수가 지하수를 오염시킬 것을 우려해 매설 지역 반경 3㎞구간에 긴급 상수도 공사를 벌여 주민들이 지하수 대신 수돗물을 안전하게 마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상수도관 매설 구간의 도로에 대한 부실 공사로 인해 완공 3~4개월 만에 도로 곳곳이 3㎝이상 내려앉거나 움푹 패이면서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언론에서도 이 같은 부실시공을 비판하는 보도가 잇따랐으며, 부실 정도가 심각한 탓인지 이 과정에서 자재 등을 빼돌렸다는 의혹마저 제기됐었다.
이 같은 여론이 무성하자 지난 4월 경찰 조사가 전격 진행됐고,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상수도관을 묻고 덮은 시멘트와 아스팔트의 두께가 규정에 못 미친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된 후 수개월여가 지났음에도 불구, 여전히 부실시공된 상수도 매설구간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산면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8일 여산면지역에서 지난해 말 묻었던 상수도관이 파손돼 도로 한쪽에 흙탕물이 치솟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날 주민들의 연락을 받은 익산시는 포크레인과 인부 등을 긴급 동원에 터진 상수도관을 보수했다.
문제는 이 곳 뿐만이 아니라 부실 시공된 모든 곳이 시급히 보수되지 않는 한 언제든지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심지어 어떤 곳은 땅속 깊이 묻혀 있어야 할 상수도관이 아예 지상으로 드러난 곳도 있어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는 한 달 전 큰 비가 내렸을 때 흙이 쓸려 내려갔기 때문으로, 상수도관을 대충 묻다보니 관이 쉽게 드러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욱이 문제는 이처럼 밖으로 노출된 상수도관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파손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부실시공 지적을 받은 익산시는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그때그때 땜질식 처방만 하고 있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민 송모씨는 "도로가 깨진 부분이 많고, 도로 아스콘이 금이 가서 주저앉는 부분도 많다”며 “심지어 상수도관이 밖으로 드러난 부분도 있다"고 파손의 심각성을 설명하며 “하지만 익산시는 상황이 이런데도 전면 보수하지 않고 관이 터진 곳만 그때그때 보수하고 있어 주민들은 항상 불안하다”고 비난했다.
주민 김모씨는 “규정대로 시멘트를 충분히 쓰지 않고 흙으로만 주변을 채워 넣는 바람에 적은 량의 비에도 도로가 이 지경이 되는 것”이라며 “만약 파손된 상수도관에 폐사 조류 침출수라도 섞이기라도 하면 인체에 해로운 오염된 물을 주민들이 마셔야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익산시 관계자는 "이번에 파손된 구간은 여산면 호산리 외사마을 인근의 임시이설구간(150m)으로 호남고속도로 확포장공사가 함께 이뤄지는 데다 전기, 통신 등 많은 선로가 지나감으로 인해 현장 상황상 완벽하게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상황을 설명하며 "이런 상태에서 최근 쏟아진 장마비로 일부 관로에 문제가 생기자 주민들이 '상수도에 이상이 있지나 않을까' 오해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미 현장에 복구조치는 물론 주민들이 오해가 없도록 현장에 임시이설구간이란 안내판도 세웠다"며 "주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빠른시일내에 공사를 마무리 할 방침이다" 고 말했다.
한편, 익산 AI지역 상수도 부실공사 문제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4월 익산시 일대의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지역에서 시행된 상수도 공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부실 공사가 이루어진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청에 사건을 넘기면서 집중 부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