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출신 이춘석․조배숙의원이 도내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의원직 사퇴를 표명하는 등 '미디어 악법' 무효화 투쟁을 위한 '백의종군'에 나섰다.
특히,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에 반발한 민주당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 도미노가 현실화되고, 미디어법 원천무효를 촉구하는 촛불문화제가 다시 등장하는 등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가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 항의하는 뜻에서 지난 22일 사퇴 의사를 밝힌데 이어 익산출신 이춘석 조배숙을 비롯한 강봉균, 장세환, 최규성, 김춘진 의원 등 도내 의원 6명이 24일 사퇴서를 정세균 대표에게 일괄 제출했다. 도내 의원 11명 가운데 민주당 소속 8명 전원이 의원직 사퇴를 표명한 것.
이에 앞서 지난 23일 민주당 최문순의원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 헌법, 민주주의를 지키지못해 미안하다’는 소회를 밝히고 사퇴를 표명했다.
정 대표는 특히 국회 대표실과 의원회관 짐을 꾸려 철수, 27일부터 영등포 중앙 당사로 출근키로 하고, 보좌진들도 의원면직을 단행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일부 의원은 법적 투쟁을 위해 의원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퇴 수리권을 쥔 김형오 국회의장은 수용 불허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파행이 장기화 될 경우 이를 번복할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미디어법 처리의 결단을 내린 것은 여야간 무의미한 협상을 무한정 지속시킬 수 없었고,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가 됐기 때문”이라면서 설명한 뒤, 일부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에 대해 “정치적 문제로 판단하고 수리하지 않을 작정”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같은 김 의장의 의중에 따라 당분간 대규모 의석 공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자칫 국회가 장기간 표류 될 경우 김 의장이 일점 시점 후 입법권 수호 차원에서 사퇴서를 전격 수리하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재할 수는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의원직 사퇴는 국회법상 회기 중 일 때는 본회의 의결, 비회기 때는 국회의장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며, 그동안 의원직 사퇴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실제 사퇴 처리된 것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회담 당시 민중당 소속 의원 8명의 집단 사퇴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 악법’ 무효화...초강수 ‘배수진’
사퇴를 결의한 민주당 의원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미디어법 무효화 투쟁을 위해 백의종군에 돌입한 이들은 자신들의 사퇴 표명이 여당에서 제기하고 있는 ‘정치적 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하며, 장외 투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사퇴서 수리와 관계없이 미디어법이 원천 무효화되지 않으면 여의도를 떠나겠다는 최후의 배수진까지 치고 있다.
당장 민주당은 의원직 사퇴 결의라는 배수진을 친 데 이어 25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언론악법 원천무효 국민선언 촛불문화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장외 투쟁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또한 시내에 ‘언론악법 폐기 농성 캠프’를 설치,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여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 낸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미디어법 무효화를 위한 법적 투쟁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여권은 ‘당·정·청 쇄신’이란 국면전환용 카드를 활용, 혼란에 빠진 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중폭 이상의 내각·청와대 개편과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 발표 등 잇단 쇄신작업이 현실화되면 정국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당내 분석이다.
후폭풍 장기화…9월 정기국회 ‘차질’
미디어법 후폭풍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9월 정기국회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미디어법 강행처리로 여야간 불신과 극한 대립이 계속되면서 사태의 장기화 조짐과 함께 오는 9월 정기국회 역시 파행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민주당 의원들이 또다시 등원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 국정감사와 새해 예산안 처리에도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