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고의 자율형 사립고 추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전북도교육청이 자사고 학생을 성적 등에 의한 선발 방식이 아닌 무작위로 추첨하는 이른바 제비뽑기 방식으로 결정함에 따라, 자사고 전환으로 우수 학생을 뽑아 명문고로 발돋움하려는 신청학교들의 계획에 큰 차질을 빚게 됐기 때문이다.
이같이 자사고 전환 신청의 가장 큰 이유인 성적 우수학생의 선발이 불가능하게 되자 자사고 전환을 신청한 고교들은 "학생선발권을 통제하는 것"이라며 반발하며, 신청 철회를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전북지역에 두 군데 학교가 신청한 자율형 사립고 설립이 사실상 물건너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북도교육청은 7일, 고교평준화지역 입학전형위원회(이하 입학전형위)를 열어 2010학년도 평준화지역 자율형사립고 입학전형방법을 심의한 결과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입학전형위원회는 당초 선지원 후추첨이란 1안과 내신 및 면접을 일정부분 첨가하는 2안을놓고 고심했으나 1안을 선택했다.
도교육청 양기수 중등교육과장은 이날 "자사고는 일선 고교에 우수 학생 선발권을 주려는 제도가 아니라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내신과 면접 등 이른바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면 현재의 고교 평준화 정책이 깨지고 극심한 사교육을 유발할 우려가 있어 반대 여론도 적지 않았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고교수가 많은 서울과는 달리 군산은 남고 4개, 익산은 남고 3개에 공학 1개로 학교수가 제한돼 있어 자율형사립고에 선발권을 부여할 경우 평준화정책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
또 자율형사립고에 선발권을 부여하면 자율형사립고 입학을 위한 사교육 증가를 유발할 수 있고, 외부학생 유입에 따라 해당지역 평준화 탈락학생이 증가하는 등 학부모들의 교육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이는 내신성적이나 생활기록부, 면접 등을 반영하지 않고 입학을 지원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추첨을 실시하는 것으로, 자율형사립고가 지정되더라도 사실상 우수학생 선발이 어렵게 된 셈이다.
특히 정부 방침에 따라 정원의 20%는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의무적으로 선발해야 해 전기 인문계 고교는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도 교육청의 입학전형 결정으로 자사고 전환을 신청한 가장 큰 이유인 우수 학생을 뽑아 명문고로 발돋움하려는 당초 계획이 큰 차질을 빚게 됨에 따라 자사고 전환을 신청한 학교들이 이를 자진 철회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들 학교들은 조만간 내부 논의를 거쳐 향후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남성고와 중앙고 학교 관계자들은 "학교에 부담만 지우고 학생선발권을 주지 않는 것은 사실상 자사고를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냐"고 반발하며 향후 거취를 결정하기 위한 내부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자사고가 성적 우수 학생을 싹쓸이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면서 "이번 결정으로 도내 자사고 지정은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편, 자사고의 지정은 '자율학교 지정·운영위원회'의 자문을 받은 뒤 교과부와 협의를 거쳐 교육감이 결정하며, 도교육청은 다음주에 지정·운영위원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