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앙부처와 전국자치단체의 보안 강화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1일부터 전국 공무원들에게 상용 이메일 사용을 금지하고 대체도입한 정부의 통합이메일이 잦은 시스템 장애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금지했던 ‘상용 이메일’을 다시 허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현재 공공기관에서 의무 사용케 한 정부의 통합이메일이 잦은 시스템 장애로 업무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가하면, 공무원들의 통신자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해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등 문제점이 속출하면서 공무원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도의회 배승철의원은 제261회 임시회 5분 발언에 나서 “지난 5월 2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통합메일(ID@korea.kr)이 시스템 장애를 일으키면서 전면 불통돼 정부 부처는 물론 전국의 모든 지자체들의 업무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됐다”며 “지난 해 12월 1일 도입된 이후 통합메일은 공무원들이나 공공기관을 상대하는 국민들에게 골칫거리를 안겨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이어 “공무원들은 반송되기 일쑤인 이메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왔고 용량이 큰 메일이나 복수의 수신자에게 메일을 보낼 때에는 PC방을 이용하는 등 불편을 감수해야 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상용메일을 이용하기 위해 인터넷 전용선을 별도로 설치하기도 했다”고 문제 사례를 꼽으며, “정부가 도입한 통합메일은 곳곳에서 말썽을 부리면서 보안을 지키겠다는 당초의 취지까지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잉통제로 인한 공무원들의 인권 침해 소지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배 의원은 “정부가 공공기관의 정보유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공직자에게 통합메일만을 사용토록 강제한 것은 공무원들의 인권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공무원들이 통합메일을 통해 주고받은 이메일이 향후 5년 동안 보관되어 공무원 개개인이 전송하고 수신한 내용이 한 눈에 파악되고 자신이 보낸 메일이 문제가 될 경우 고스란히 책임을 져야 하는데 어떻게 통합메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배 의원은 이어 “‘자유란 신체와 정신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유‧무형의 외압에 의해서 구속(拘束)되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된다면, 공무원의 통합메일 사용과 상용메일 접근 제한은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 17조에 명백히 위배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며, 아울러 동법 제 18조에서 규정한 국민의 통신비밀에 관한 권리마저도 어기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도내 공무원들의 대다수도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했다.
실제 도내 지자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메일 설문조사에서 69%에 달하는 도내 공무원들이 통합메일을 통해 ‘사생활을 침해당하고 있다’라고 응답했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는 “공무원들의 통신 자유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공직 사이에서 흘러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며 “통합전산망이라는 허울을 앞세워 공무원들을 감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다”고 아쉬움을 내비췄다.
과도한 접속 차단도 문제다.
배 의원은 “정부는 상용메일 접속 차단과 동일한 이유로 웹하드, 메신저, P2P 등 파일공유사이트까지 차단하고 있고, 전라북도차원에서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뉴스나 교양다큐, 주식 등 관련된 사이트를 과도하게 접속 차단하고 있다”며 “공무원은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마저도 공적인 의무만 수행하도록 되어 있는 존재인지 되묻고 싶다”고 밝혔다.
정부의 통합 이메일이 이같이 문제점이 산재한 만큼 금지 했던 상용 이메일을 다시 허용해야한다는 지적이 높다.
배의원은 도지사에게 “통합메일 사용과 인터넷 사이트 차단에 따른 문제점을 파악하여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하며, “보안등급이 비교적 낮은 자료를 취급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상용메일이 사용될 수 있도록 정부에 강력하게 건의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인터넷망과 내부 업무망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망분리(網分離)’가 가능토록 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도의장에게도 ‘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 주민 대의기관인 의회사무처에서만큼은 상용메일 사용이 가능하도록 조처해 달라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