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투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무엇보다도 검찰 수사로 인한 심리적 압박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으로서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의 상징과도 같았던 도덕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것이 투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도덕성을 최대 무기로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정작 본인이 수뢰 혐의자로 몰리면서 마지막 정치적 버팀목까지 사라진 상황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그는 지난달 2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제가 이미 인정한 사실만으로 저는 도덕적 명분을 잃었다”며 낙담한 심경을 밝힌 바도 있다.
특히 그가 “박 전 회장의 돈을 받지 않았고 적어도 법적으로는 거리낄 게 없다”고 누차 해명했음에도 오히려 의혹이 증폭되자 결백의 표시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노 전 대통령이 포괄적 뇌물의 수수 주체라는 혐의를 거두지 않았고, 급기야 지난달 30일에는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는 불명예까지 떠안았다.
검찰 수사가 노 전 대통령과 권 여사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아들 건호, 딸 정연씨까지 소환조사를 받을 정도로 일가족 모두가 '부패'라는 이미지로 비친 것도 노 전 대통령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안긴 것으로 보인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겪은 이미지 실추와 낙담, 억울함이 복합적으로 겹쳐 투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