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사회지도층으로부터 ‘희망’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희망을 주어야 한다.”,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참 좋은 말이다. ‘희망’은 삶의 힘이자 생명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이런 말이 많이 나오는 것은 ‘희망’을 잃어가는 경우가 많고 ‘희망’찾기가 어렵다는 말도 된다.
IMF때 많은 사람들이 삶을 포기하고 자포자기 하였다. 희망을 잃고 실의에 빠졌다. 이제, 10여년이 지나 그때의 악몽은 지나갔지만, 우리 국민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청년 실업문제가 나아지지 못하는 것은 우리 미래의 먹구름이다. 그래서 이 곳 저 곳에서 ‘희망’을 찾자고 외치는지 모른다.
그러나 요즘 유행하는 사회지도층의 ‘희망’찾기는 구호뿐 그 내용이 없는 것 같다. 정치권에서, 지방자치에서, 광고방송에서 ‘희망’을 말하지만 그저 구호뿐이다. 진정 이런 속에서 ‘희망’이 찾아질 것인지……. 나 역시 작은 시민단체 활동을 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써 부끄럽기도 하고 염려스럽다.
올해는 대선이 있는 해이다. 또 한바탕 ‘희망’이라는 말이 횡행할 것이다. 과거 선거에서도 후보자들마다 ‘희망’을 주겠다며 공약을 걸고 정책을 내 놓았다. 그러나 그런 공약과 정책이 실질적으로 ‘희망’을 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희망’은 어떤 멋있는 말이나 이상(理想)에서 찾을 수 없다. 환상은 그때 잠시 젖어들 수 있지만 깨어나면 허무할 뿐이다. ‘희망’이 꿈과 다른 것은, ‘희망’은 꾸는 것이 아니라 가꾸어 가야 한다는 점이다. ‘희망’은 현실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현장’이다.
‘현장’은 내가 살아가고 우리가 함께 하는 공간이다. 그 속에 우리의 땀과 눈물, 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 ‘현장’만큼 구체적이며 힘 있고 생명력 있는 곳이 없다. 현장을 찾아가고 현장을 살피며 현장을 가꾸는 속에서 진정한 ‘희망’은 싹튼다. 희망을 외치는 많은 지도층들이 과연 얼마나 국민과 시민이 있는 현장속에서 ‘희망’의 정책과 공약을 하는지 궁금하다.
노자(老子)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滌除玄覽能無疵乎 척제현람 능무자호” 백성들 집의 섬돌을 손수 허리를 굽혀 씻어주고 어두운 툇마루의 아래까지 구석구석 살펴 아픈 곳이 없게 해줄 수 있겠는가?
다시 한번 ‘희망’을 생각하며 노자의 글귀를 되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