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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과 열정의 「대학생 모의유엔(UN)총회

등록일 2007년07월13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 7월 2일, 서울 건국대 캠퍼스에서는 유엔(UN)한국협회가 주최한 제13회 전국대학생 모의UN총회가 열렸다. 북한 핵문제 해결과 맞물려 민감한 시기에 열린 주목할 만한 행사였다. 전국의 42개 대학에서 약300여명의 대표들이 참가해 3박4일 일정의 마라톤 회의를 개최한 매머드급 행사였다.
25년전에 대학을 다녔던 필자는 얼마전 다시 외교(外交)학 공부를 시작했는데 마침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비록 모의UN이지만 총회의 의사규칙, 의제선정, 국가간 토론과 협상, 외교적 합의도출, 결의문 채택 과정등은 실제 UN총회와 똑같은 엄격한 규칙을 적용받는다.
총회는 유엔평화유지와 평화구축활동, 국제비확산체제(NPT포함)에 대한 도전, 지속가능발전과 환경보호, 인권보호를 위한 UN체제의 발전등 모두 4개분과였는데 필자는 제2분과인 국제비확산체제에 대한 도전 위원회의 쿠바(Cuba) 대표를 맡았다.

미래 외교관들의 뛰어난 실력과 열정
각국 대표단의 입장을 밝히는 기조연설은 모두 영어로 발표되었는데 학생들의 유창한 영어실력은 국제무대에서도 손색이 없는 놀라운 수준이었다. 오전 9시부터 공식, 비공식회의를 합쳐 무려 12시간의 마라톤 회의를 강행군한 제2위원회는 대량살상무기 비확산과 NPT핵군축이라는 두개의 어젠다 항목(Agenda Item)을 놓고 42개 국가간의 입장을 조율하는 쉽지않은 험한 여정이었다.
공식회의가 끝나고 선진국과 개도국, 지역별로 나뉘어 각자의 해당협의체(Caucusing Group)에 참여한 각국 대표는 자국의 입장을 정리해 사전에 배포한 워킹페이퍼(Working Paper)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협의체와 포럼에서 집약된 의견조율 과정에 새벽 2-3시까지 격론을 벌이는 젊은 대학생 대표들의 뜨거운 열정과 지성은 사뭇 감동적이었다. 난상토론 끝에도 국가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제3국과 회의 의장국이 중재역할을 하는 외교적 수완이 총동원되고 국가간의 심각한 의견대립이나 충돌이 있을 경우 외교통상부에서 나온 외교관들이 UN총회의 실제 예를 들어 거중조정과 조언을 해주는 모습은 마치 국제무대의 강자위주의 냉혹한 전방위 외교전을 보는 것 같았다.

國益 추구하는 투철한 외교관 정신 절실
2박 3일째 회의 마지막날, 제2위원회는 총회에서 채택할 최종 결의안 (Draft Resolution)을 가다듬고 있었다. 서방과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별의 국가간 합의가 거의 이뤄졌는데, 쿠바(Cuba)와 일본(Japan)이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대립하고 있었다. 쿠바는 성명을 통해 미국의 일본에 대한 핵무기개발 지원중단과 43t의 플루토늄 보유량 전량폐기, 일본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 핵재처리공장의 즉각 가동중단촉구, 결의안 채택을 강력히 요구했던 것이다.
폐막을 앞둔 총회에 비상이 걸렸다. 의장단이 달려와 쿠바와 일본의 중재를 시도하고 외교통상부 외교관까지 나서서야 간신히 절충점을 찾을 수 있었다.

제2위원회 일본에 대한 결의안 내용이다.
“특정국가에 대해 기존의 반확산 레짐(Regime)에 반(反)하는 허용을 허락한 데 유감을 표명하며 일본의 플루토늄 다량보유과 재처리공장에 대해 UN총회의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고 세계평화를 위해 일본의 핵확산금지(NPT) 노력등의 전향적 결단을 제안한다....”

또한 2위원회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위상을 강화하는 신설기구 제안과 핵무기사용이 불법임을 명시하는 등 모두 9개항목의 결의안을 채택해 총회에 상정하는 큰 성과를 이뤄냈다. 난산끝에 옥동자 탄생이랄까? 밤을 꼬박 새우며 3박4일 국가간 합의를 이끌어 낸 42개국 100여명 (옵서버포함)의 대표단은 합의문 채택선언을 하는 순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모두들 自國의 利益(National Interest)을 위한 최선을 다한 외교(外交)적 승리였다.

모두들 승자인 미래의 외교관들과 현직 외교관들은 손을 잡고 자축했다. 외교부 차관과 UN대표부 수석대사를 지낸 선준영 大使는 폐막연설에서 “100년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대한제국 황제의 특명전권 대사인 이준 열사는 나라를 빼앗긴 힘없는 국가의 외교관으로서 최후의 선택인 자결을 통해 조선의 국익을 대변했다. 그는 외교관으로서 국가를 위해 온몸을 던졌다”고 술회했다.

진정한 의미의 국익(國益)추구와 세계평화의 길은 무엇인가. 젊은 미래 외교관들의 진지한 고민과 성찰은 계속될 것이다. 총회가 끝나고 돌아가는 그들의 뒷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끝)

객원논설위원 박경철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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