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의회가 집행부와 사전 논의·절차 없이 예결위 심의중에 갑작스레 시장까지 출석시켜 증액예산에 대한 동의를 요구하는 등 사실상 권한과 절차를 넘어서는 행태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익산시의회와 익산시에 따르면 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8일 익산시의 2020년도 예산안 심의 중 집행부에 저소득층 희망의 집 고쳐주기사업 예산 2억 원을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예결위는 정헌율 시장을 출석시켜 증액된 예산에 대한 동의를 구했고, 정 시장은 이에 응했다.
이에 따라 당초 1억3600만원이던 예산은 2억원이 증가한 3억3600만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그러나 이 같은 시의회의 요구는 집행부와 충분한 사전 논의가 없었던 데다 공문서 등을 통한 정식 제안이 아닌 ‘예결위 과정에서의 예산 늘리기’라는 점에서 문제점을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집행부의 고유 권한인 예산편성권 일부를 시의회에서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의회는 지방자치법 제127조 제3항에 의거 시장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수정예산과 추경예산 등을 통해 충분히 반영 할 수 있음에도 시장까지 출석시켜 예산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예산심의를 볼모로 한 의회의 권한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 직원은 “아마도 이번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사업비의 증액을 요구하는 첫 사례일 것”이라며 “충분한 사전 논의와 공문서 형식을 통해 추진될 수 있는 사안이 급작스레 전개돼 시청 내부에서 다양한 지적이 나온다”고 공직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B 공무원은 “만약 시장이 시의회 요구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집행부와의 마찰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좋지 않은 선례로 남지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예결위의 한 의원은 “지방자치법에는 시장의 동의를 바탕으로 예산 증액을 요청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이를 활용한 것”이라며 “희망의집 고쳐주기 사업이 복권기금이 줄어들어 삭감·편성돼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공익적 목적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희망의집 고쳐주기 사업은 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호당 400만원 이내에서 주택시설의 개보수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 사업은 복권기금 사업이 중단됨에 따라 도비 보조사업으로 전환되면서 도비가 감액 편성돼 예산이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