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스폰 소릴 들어 보렴
... ... ...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최백호 씨의 ‘낭만에 대하여’를 최근 20대 후반 가수 이석훈 씨가 불후의 명곡에서 선보였다. 이 씨는 4~50대에게 낭만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를 해석하기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현재의 20대 청춘은 4~50대의 청춘을 알지 못하고 4~50대는 다시 못을 청춘이 사무치다. 그래서 일까 요즈음 중년 남성들 중에 색소폰을 배우거나 배우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익산시민창조스쿨 7080 익산추억찾기팀의 설문조사에서 “7~80년대 가장 떠오르는 추억의 극장은 어디냐”는 질문에 삼남극장 26.7%, 이리극장 20.1%, 코리아나극장 10.7%, 아카데미극장 10.6%, 시공관 10.6%, 명보극장 10.4% 등 순으로 응답했다.
놀이와 만남의 장소로는 팔도강산 20.6%, 영스터로울러스케이트장 17.5%, 엘베강 16.4%, ABC디스코텍 14.6%, 라스베가스 14.3%, 이리역시계탑 21.8%, 길손다방 21.7%,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13.5%, 명다방 12.3%, 학다방 7.4% 오고파 6.4% 등으로 나타났다.
“친구들이 익산에 오면 옛날 학교 다닐 적 얘기를 많이 하지만 갈만한 추억의 장소가 거의 없습니다. 역전시계탑 앞에서 친구와 만나 길손다방에서 차 마시고 엘베강에서 맥주 한 잔하면서 옛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는 설문자 중 한사람 답변처럼 7080 익산을 추억할 수 있는 장소가 이제는 많지 않다.
삼남극장, 이리극장, 역시계탑, 길손다방(1983~2003) 등 이미 오래 전에 없어졌고 팔도강산, 영스타롤러스케이트장, 학다방(197~~2009), 오렌지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등은 간판만 남아 있다.
DJ가 진행하는 음악다방에서 LP판 음악을 듣고 삼남극장에서 남진과 하춘화 쇼를 구경하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뉴타운(삼남극장) 거리 옛 모습하고 걸어볼 수는 있지 않을까?
역전시계탑에서 만나 길손다방에서 차는 마실 수 없어도 엘베강에서 맥주 한 잔에 옛 이야기는 나눌 수 있다. 그 중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거나 남아 있는 7080 익산 추억에 취해보자.
■ 7080 음악이 그리운 날엔 새서울악기점
중앙동1가 20 ☎ 855-3569 sine 1980
새서울악기점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백승운 씨(1958년생)가 운영하고 있다. 예전엔 명보제과 옆에 있었다. 현재 건물은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이후 지어진 것이다.
익산토박이이며 비틀즈를 좋아하는 7080세대인 백 씨는 7~80년대 익산 구도심의 모습을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도시해설가인 듯한 그에 따르면 익산(옛 이리)는 1977년 이리역폭발사고 이후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격자형 도로망이 갖추어지고 이리역을 중심으로 사람과 물류가 모이는 곳이었다.
서울의 명동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사람의 머리만 보일 정도의 검은머리의 물결이 넘치던 곳이었다. 사람들이 밀려들고 휩쓸어갈 정도로 성황을 이루던 때가 있었다. 여수나 순천, 광주, 목포 등에서 쇼핑, 관광하러 오는 이들까지 있었다. 이 일대에 유명메이커 가게들이 즐비하고 중앙매일시장이 있어 일반백화점보다 이곳을 찾았다. 그 시절이 새서울악기점도 호시절이었다. 음반시장이 무너지고 인터넷으로 인해 호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
최근 세시봉 바람을 타고 기타를 배우려는 사람이 있어 기타가 좀 팔린다. 그리고 학창시절의 추억을 찾아 종종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고 한다.
■ 오징어 입 안주, 맥주가 정말 맛있는 엘베강
(중앙동1가 16-8 ☎855-7402 since 1982)
“익산에서 살면서 엘베강을 안 가봤어요?”
“엉 나는 술을 안 좋아 하잖아”
“거기 완전 장난 아니에요”
40년 익산 토박이에게 서울에서 굴러온 익산에 사는 돌(?)과의 대화 일부이다.
익산역 앞에 있는 30년 전통의 맥주가 정말 맛있는 집이다. 원래 할머니가 운영했는데 연세가 있고 몸이 불편해서 조카가 운영을 하고 있다. 내부가 매우 비좁아 모르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마신다. 병맥주는 팔지 않고 생맥주는 1,800원, 최고로 비싼 안주 오징어 3,500, 최저는 김 200원이다. 안주 명물 오징어입 700원이다. 양도 제법 넉넉하다. 12시에 문을 닫는 전통을 그대로 이어간다.
11시 50분이면 음악이 나오고 청소를 시작한다. 아무리 오래된 단골이라도 예외는 없다.
너 하나만은 그 모습 그대로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엘베강을 대하는 마음이다.
■ 팔도강산은 없다! 그 위에 아르케가 있다!
(창인동1가 9-3 ☎ 852-0942)
극장식 스탠드바 팔도강산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만 간판만 남아 있을 뿐이다.
대신 그 건물에 4층 소극장 아르케가 있다. 연극인들이 자신의 꿈을 무대 위에 올리고 지역민들과 아름다운 꿈을 키워가는 곳이다.
12월 9일부터 18일까지 밤 7시 행복한 사진관 우리동네 이야기가 무대에 올려진다. 내용은 사진관을 줌심으로 펼쳐지는 소소하고 재미있는 동네이야기이다.
연극 관람료는 일반 15,000원, 청소년 10,000원이다. 수험생․어르신은 50%, 연인 30% 할인된 가격이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소극장 아르케 ☎852-0942, 010-2650-9832로 문의하거나 카페(http://cafe.daum.net/littleactor)를 참조하면 된다.
■ 맞선 성공률100% 오고파다방, 신오고파다방
중앙동 3가 135 1976~1994, 중앙동 3가 144-9 ☎ 852-1112 2005
40년 전통의 오고파다방의 맥을 신오고파다방이 이었다.
현재 운영자인 할머니는 30년 전 오고파 다방을 운영하던 분과 언니 동생하며 지내던 분이다. 그 언니는 뇌졸중으로 돌아가시고 옛 추억이 생각 영업을 시작했다.
컴퓨터 배우고 요양보호사자격증 따서 요양원에서도 일도 했는데 사람들 죽어나가는 것 보면서 본인이 늙어 이일을 시작했다. 집에 있는 것보다 이 일을 하는 것이 즐겁다. 연중 오전 9시부터 손님이 가는 시간이 문 닫는 시간이다. 추석날에도 열자고 하는 분이 있다. 마음 편히 차 한 잔 하고 가는 30년 단골도 있다.
그 분 말씀에 따르면 과거 이곳은 음력 정월 하루에 몇 쌍 씩 선보던 장소였다. 선을 보면 잘 이루어 졌다. 오고파 다방 사거리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다방에서 흑백 TV에서 칼라 TV로 바뀌던 날 박수 쳤다고 했다.
오고파다방은 원래 맞은편 있는 현 데코디자인이 있던 자리이다. 이제는 담배 연기 자욱하고 어르신들이 쉼터(?)가 되어 있다. 토마토 쥬스 3,000원, 인삼차 2,000원, 생각차 2,000원 어르신들을 위한 맞춤 가격이다.
얼마 전 이곳에서 선을 보고 결혼했다는 분이 차를 마시러 왔다. 간판을 옛날 자리에 달았으면 해 하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