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인사제도의 공정성을 기하기위해 도입된 '다면평가제(多面評價制)'가 그 도입 취지의 긍정적인 면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실패한 제도로 사장될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다면평가제의 각종 부작용 등의 이유로 향후 공무원 승진인사에서 이 제도의 적용을 중단해 줄 것을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직사회에서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는 가운데, 연말연시 인사를 앞두고 있는 공무원들이 이 제도의 존폐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면평가제란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평가 주체를 다양화하는 것으로, 승진 대상자에 대한 기존의 하향식 평가에서 벗어나 상급자뿐 아니라 동급자․하급자의 평가까지 인사에 반영하는 제도다.
익산시는 현재 국,과장들이 평가하는 근평 80%와 동료직원들이 평가하는 다면평가 20%를 인사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행안부는 지난 3일 경기 수원의 지방행정연수원에서 전국 지자체의 공무원단체 담당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워크숍을 열고 “‘다면평가제’를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행안부는 그 이유로 “이 제도가 승진을 염두에 두고 있는 부서장들이 부하직원의 불법 노조활동을 눈감아주는 요인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익산시에서도 지난해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시 공무원노동조합 간부 공무원 중 일부가 현행법상 사실상의 근무시간에 불법 노조 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관리책임이 있는 소속 부서장들이 적법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문제이고, 이 같은 행동을 자행한 사실상의 노조 전임자에게 지자체 예산으로 급료를 지불한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 보도의 골자다.
이런 상황 등인 때문인지, 행안부는 전국 16개 시·도에 다면평가제 운영 상황에 대해 지난 11일까지 보고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상세한 실태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행안부의 발빠른 움직임으로 볼때, 행안부가 단순히 자료요청 수준이 아닌 사실상 다면평가제 폐지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지역 공직사회의 반응은 존속 주장과 폐지 주장이 서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먼저 상당수 공무원이 기존 다면평가제의 부작용 등의 이유를 들어 폐지를 주장했다.
이들은 각 부서별로 표준화된 직무 분석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부서에서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없는 타 부서의 직원이 다면평가를 할 경우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폐지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공무원 A씨는 “현재의 다면평가는 각 부서별로 업무가 달라 평가 대상의 우열을 가리기가 곤란한 것이 사실이어서 능력이나 성과가 아니라 평판이나 인기 등에 근거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실제 이 제도 도입 후 공직내부에서는 직장 동호회 가입과 애․경사 찾아가기 등 서로 잘 보이기 위한 행태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존속을 주장하는 공무원들도 폐지 주장못지 않게 많으며, 이들은 존속을 넘어 오히려 반영율을 더 높여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면평가제가 폐지될 경우 동료들의 평가가 조금이라도 반영되던 것에서 또다시 상급자들의 절대적인 판단의해서만 결정돼 줄서기 행태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며,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 오히려 반영률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 B씨는 “다면평가제는 상위자의 일괄 평가로 인한 줄서기 등 잘못된 인사 관행을 바로잡으려고 도입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폐지할 경우 다소 줄어든 줄서기 등이 다시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짚은 뒤, “묵묵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사회에서 직원들과 화합하는 자세도 아주 중요하다”며 "다면평가제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오히려 승진 심사에 있어 반영비율을 30% 이상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