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하락과 농업보조금 축소 등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데도 불구, 일부 농협 임직원들은 사업비를 부당 전용해 단란주점, 나이트클럽, 골프장 등에서 흥청망청 쓰는 등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드러내 농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더욱이, 농협중앙회를 비롯 일부 지역농협에서는 임직원에게 부당한 성과급을 지급하는가 하면, 임직원 자녀를 부당하게 채용하고, 심지어 편법 대출까지 일삼는 등 탈·불법적 행위가 자행됐던 것으로 드러나 '무법천지 직장'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당 조배숙 의원(익산을)은 4일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분석 자료에서 “농협이 임직원들의 업무추진비를 단란주점에서 사용하고, 관리비 예산을 이른바 '카드깡'을 통해 식비로 전용하는가 하면, 임직원에게 부당한 명예퇴직금 및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탈.불법행위가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기획실·농협문화복지재단 등 10곳의 경우 업무추진비를 단란주점·나이트클럽·골프장 등에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접대비 지출내역을 남기지 않기 위해 50만원 미만으로 분할결제하거나 상품권을 구입해 누구에게 지급했는지 증빙자료를 첨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협중앙회 인사부, 남광주농협 등 9곳에서는 성과급, 퇴직금, 회의비 등 기본급외 급여를 부적절하게 집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농협중앙회 인사부의 경우 2003년 명예퇴직후 자회사 등 계열사 임원으로 취업한 자에게서 명예 퇴직금을 제대로 환수되지 않게 하기위해 환수기준을 변경했고, 남광주농협은 상임임원의 연봉을 상향 조정하기 위해 연월차휴가 보상금을 신설했다.
또한, 다른 용도의 사업비를 빼 식대, 접대비로 편법사용한 곳도 있었다.
수원농협은 생산지도비와 홍보활동비를 식대, 접대비로 사용했으며, 울산중앙농협은 야식비를 별도로 편성하지 않고 판매비와 관리비 예산을 ‘카드깡’을 통해 식비로 사용했다.
특히, 임원이나 대의원 자녀를 특별 채용하는 등 이른바 ‘끼리끼리 채용’도 많았다.
지역 농협 23곳이 임직원 자녀를 특별채용하고 인사위원회 의결만으로 채용을 하는 등의 부당 채용행위로 농수산부에 적발됐다.
광주지역본부 14개 지역조합은 2004∼2008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체 채용인원의 60%(133명)를 임원과 대의원 자녀 등으로 채웠다.
임직원에 대한 편법대출을 자행한 곳도 8곳이나 됐다.
동창원 농협의 직원은 영농목적 자금으로 대출받아 주택 계약금으로 사용했으며 경북지원본부 직원은 무주택 기준, 대상주택의 면적 기준, 대출자격이 없는데도 부적정하게 주택 자금을 대출 받았다.
심지어 농협중앙회 금융기획부 등 4곳은 직원들의 대출모집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대출받는 것에도 모집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탈법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조배숙 의원은 “일부 농협에서 부당하게 자행되고 있는 직원들의 편법 대출과 사업비의 편법 사용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특히 농협중앙회는 부정하게 인사청탁한 직원 명단 자료를 파기하는 한편 지역 농협 23곳에서 임직원 자녀를 특별 채용하는 등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특히, “쌀값 하락, 농업 보조금 축소 등으로 농민의 시름이 깊은 가운데 농민의 피와 땀으로 운영되는 농협이 무법천지식 직장이 되는 건 농민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고 지적한 뒤,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사후조치가 필요하다"고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한편, 사정이 이런데도 농협 자회사 임원의 지난해 평균연봉은 1억7천200만원으로 전년보다 6.8% 인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