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장 L 전 비서실장에게 승진 사례비로 3천만원의 뇌물을 건넨 정확한 장소와 일시, 상황 등에 대한 구체적인 법정 진술이 나와 현재 뇌물 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L 전 비서실장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6일 오후 2시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201호 법정에서 형사단독 이기리 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익산시청 P국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에서 검찰은 P국장이 L 전 비서실장에게 돈을 건넨 정확한 장소와 전달과정을 집중 추궁하며 P국장의 이날 심문 내용을 공소장에 추가했다.

신건호 검사는 먼저, P국장과 L 전 비서실장의 1월 핸드폰 통화기록을 거론하며 “지난 1월 29일 12시경 L 전 비서실장을 안골 명가라는 식당에서 만나 점심을 먹었고, 이후 복례원예식장과 이일여고 사이의 인북로변에서 L 전 비서실장에게 3천만원을 건넨 게 맞느냐”고 묻자, P국장은 “맞다”고 모두 인정했다.

신 검사가 당시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하자, P국장은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자신의 차 뒷좌석에 있는 돈을 꺼내 차안에 있는 L 전 비서실장 옆 조수석에 돈을 놓았다”며 “돈은 3천만원 전액 현금으로 보자기에 싸서 종이 쇼핑백에 넣어 전달했다”고 돈 전달 과정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신 검사는 P국장의 이 같은 구체적인 진술을 공소장에 추가,변경 기록 할 것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검사의 심문을 지켜보던 이기리 판사도 진술의 중대성을 감안한 탓인지 이 내용에 대해 다시 한 번 상황을 정리하면서 거듭 확인했다. 이 때도 P국장은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모두 시인했다.

돈을 전달한 이후 L 전 비서실장의 반응을 묻는 신 검사의 질문에 P국장은 “돈을 조수석에 놓자 L 전 비서실장은 웃으면서 목례 후 곧바로 (그 자리를)떴다”며 “시장에게 전달해달고 하지는 않았고, 자신은 연수기간이어서 집으로 바로 돌아와 비서실장의 이후 상황은 모른다”고 대답했다.

이어 승진 청탁을 언제 어디서 했느냐는 물음에 P국장은 “2008년 12월경에 부속실에서 했고 그전에도 기회가 되면 도와 달라고 부탁한 적 있다”고 대답했다.

왜 비서실장에게 인사 부탁을 했느냐는 물음에 P국장은 "시장과 가깝고, (인사권자와)가교 역할을 하기때문에 부탁했다"고 대답했다.

L 전 비서실장에게 돈 얘기를 언제 처음 했느냐는 질문에 P국장은 “안골 명가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 처음 (얘기)했다”며 “승진돼 고마워서 사례하려고 먼저 전화했다”고 답변했다.

그럼 왜 이전까지 당시 기억이 안난다며 진술을 다르게 했느냐는 질문에 P국장은 “당시는 심리적인 압박감 때문에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안았다”며 “지금에서야 구체적인 기억이 떠올라 진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검찰이 공판 재개까지 요구하며 공소장에 뇌물을 전달한 장소와 시간 등 구체적인 정황을 추가변경 한 것은 P국장의 공소 유지는 물론 현재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L 전 비서실장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를 명확히 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심문을 모두 마친 검찰은 P국장의 양형에 대해 지난 1차 공판때 구형했던 징역 3년을 그대로 유지했다.

변론에 나선 K변호사는 검찰의 심문 내용에 대해 모두 인정하면서, P국장의 건강소견서와 국무총리와 장관 표창장 등의 추가자료를 제출 하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K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일반 인사비리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구분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금품 전달시기가 인사 이후이고, 전달한 사람도 인사권자가 아니며, 뇌물공여도 미리 약속하지 않았다”며 “이를 참작해 달라”고 변론했다.

이어 K변호사는 “사건 이후 2달 가량이 넘는 수사기간동안 피고가 느낀 심적고통은 이루 말 할 수 없고, 가족 친지 들까지 수사를 받게 한 고통 역시 더 말할 나위 없다”며 “법적 형벌이상 더 아픈 심적 고통을 이미 받은 만큼 이를 헤아려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P국장도 마지막 발언에서 “공직자로서 청렴을 지키지 못한 점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선처해 주시면 앞으로 더욱 깨끗하고 정의로운 사회 구현의 밀알이 되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와 관련, P국장의 보석은 1차례 기각됐지만, P국장의 이날 구체적인 진술로 검찰이 더 이상 증거를 인멸할 말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 지난 4일 재차 신청한 보석은 받아들여질 공산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P국장은 이르면 2~3일안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P국장의 선고는 오는 8월 20일 오전 9시 40분에 201호 법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