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의회가 친목단체에 혈세를 지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시민들의 여론에 따라 5년 전 폐지했던 전직 시의원들의 친목 모임인 익산시 의정회와 퇴직공무원들의 모임인 행정동우회에 지속적인 예산 지원을 위한 조례를 추진해 비난을 사고 있다.

익산시의회는 김용균의원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 139회 정례회 회기 중에 전직 의원들의 모임과 퇴직공무원들의 모임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익산시의정회 지원 조례안’과 ‘지방행정동우회 익산시분회 지원 조례안’을 발의 할 예정이다고 20일 밝혔다.

현재 이 조례안은 동료의원 14명의 서명동의안을 받아 상정, 22일 열리는 운영위원회의 결정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

이 조례안을 대표 발의 예정인 김용균의원은 “익산시의정회와 지방행정동우회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 지방의회 발전 및 지방행정 발전에 기여하고 시정참여를 통한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이들 단체들은 추진사업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은 있지만 사실상 필요한 경비에서부터 사업비까지 시민의 세금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김 의원이 발의하려고 하는 이 조례안이 이미 5년 전에 ‘선심‧특혜성 혈세 낭비’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퇴출됐던 조례와 사실상 같다는 점이다.

익산시는 지난 2000년 9월 ‘익산시 의정동우회 지원조례’를 제정해 전직 의원들의 사회적 활동을 지원했지만, 공적업무가 아닌 친목단체에 혈세를 지원하는 것은 특혜,선심성으로 부당하다는 시민들의 여론이 빗발쳤었다.

대법원도 2004년 서울 서초구청이 구의회를 상대로 낸 ‘의정회 지원조례안 재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서 의정회 지원의 법적 근거를 부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전국 지자체들은 의정회와 행정동우회에 대한 지원 조례를 잇달아 폐기처분했고, 익산시의회도 지난 2000년 9월 제정했던 조례를 지난 2004년 7월 27일자로 각각 폐지, 이들 단체에 대한 예산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

그런데 이같이 의회 스스로가 폐지시켰던 의결 사항을 5년만에 다시 의회가 나서 명칭만 약간 바꿔 다시 부활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익산시의회는 2000년 9월 ‘익산시 의정동우회 지원 조례’라는 이름으로 제정됐다가 2004년 7월 폐지 된 이 조례에 대해 내용을 사실상 그대로 둔 채 ‘익산시 의정회 지원 조례’라는 명칭으로 이번 회기 내에 발의 할 예정이다. 명칭에서 ‘동우회’만 빠졌을 뿐이다.

이 같은 사정은 행정 동우회도 마찬가지.

최초 제정 당시 ‘익산시 행정동우회 지원조례’였던 것이 ‘지방행정동우회 익산시분회 지원 조례안’으로 이름만 길어 졌을 뿐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이같이 익산시의회가 시민들의 부정 여론과 대법원의 판례를 근거로 폐지했던 조례를 다시 부활하자 ‘의회 본분을 망각한 처사’라며 시민들의 비난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익산시민연대 한 관계자는 "시의원들을 지낸 사람들의 친목단체에 시민들이 낸 세금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문제가 많아 폐지한지가 언제인데 이 조례를 다시 제정한다는 것은 지방의회의 역할과 본분을 망각한 처사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 “이같은 선심성 조례안은 상정조차 해서도 안된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한 공무원들과 의원들의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게 감지됐다.

익산시의회 A의원은 “행정동우회 및 의정회 운영에 대해 많은 공무원과 의원들이 사실상 몇몇 사람에 의한 친목단체 형식으로 운영되는데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일반 사회단체들에게서 시 예산 한 푼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하소연이 나오는 마당에 시의회가 향후 자신들이 몸담을 단체라고 선심 쓰듯 폐기된 조례를 부활하는 데 앞장선 행태는 시민들을 기망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한 공무원은 “어떤 단체든 예산을 지원해 주고 봉사활동을 하라고 하면 못할 단체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며 “예산부터 요구하기 전에 이들 단체 스스로가 지역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우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의정회 지원조례안은 전직 의원들이 익산시의 발전을 위한 토론회 등 시민들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자 할 때 지원하고자 하는 안으로써 결코 전 의원에 대해 예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며 “여러 오해의 소지에도 불구하고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동료의원 14명의 서명동의안을 받아 상정한 만큼, 22일 열리는 운영위원회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르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