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도 전 국회의원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직접적인 동기가 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로비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조사는 물론 가택수사까지 받았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한 전 의원은 검찰조사 과정에서 한 검사로부터 ‘양아치’ 운운하는 막말로 모욕을 당하는 등 강압수사 받은 사실을 법정에서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 같은 한 전 의원의 법정 증언에 대해 위증 문제를 삼겠다는 취지로 증인의 진술 내용을 공판조서에 넣어줄 것을 재판부에 당부, 이 발언에 대한 진실공방이 불가피하게 됐다.
17일자 한겨레 21보도에 따르면, 한 전 의원은 박 전 회장에게 모두 7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광재 의원이 2006년 8월 박 전 회장의 베트남 공장인 ‘태광비나’를 방문할 당시 동행했다는 이유로 지난 3월 21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한 전 의원은 지난 7월9일 오후 2시45분께 서울중앙지법 425호 형사합의23부(재판장 홍승면) 심리로 열린 이광재 민주당 의원의 공판에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이 자리에서 한 전 의원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한 검사로부터 모욕을 당했다며 증언하는 등 강압수사를 폭로, 검찰을 당혹케 했다.
한 전 의원은 먼저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들었다”며 “수사 과정에서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하겠다는 말도 들었고, 저희 집에 대한 가택수사까지 이뤄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 전 의원은 이어 “검찰 수사 첫날 저를 조사했던 검사가 ‘이광재가 (당신) 면전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말을 계속 반복했다”며 “제가 나중에는 감정이 격해져서 ‘얼마 전에 돌아가신 제 선친을 두고 맹세할 수 있는데, 이광재가 돈을 받은 것을 정말 보지 못했다’고 말했더니, 그 검사가 ‘양아치들이나 하는 소리 하고 있네’라고 했다”고 당시 모욕적인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그러자 검사석에서 이를 듣고 있던 검사가 “아니, 제가 그런 소리를 했다는 거냐”고 따져 묻자, 한 전 의원은 “검사님을 뵌 것은 두 번째 조사를 받은 때이고, 제가 계속 (돈 받은 장면을 목격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은 것은 첫 번째 조사 때이다”고 자신의 기억을 분명히 했다.
다시 검사가 나서 “그럼 검사가 전직 국회의원에게 양아치라고 했다는 소리인데, 판사님께서는 증인의 위증 여부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이 발언을 기록에 분명히 남겨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하며 으름장을 놓자, 한 전 의원도 “양아치라는 소리를 한 검사는 분명 첫날 조사한 검사였다.”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사안의 심각성을 감지한 홍승면 재판장이 “그럼 첫날 조사한 ○○○ 검사가 (양아치 발언을 한 검사가) 맞냐”고 실명을 거론하며 묻자, 한 전 의원은 “첫 번째 조사를 담당한 검사는 모두 3명이었는데, 그 발언을 한 검사는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키가 매우 큰 검사였다”고 신체적 특성을 설명하며 당시 기억을 거듭 확인했다.
한 전 의원의 이 같은 증언은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강압성이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야기된 검찰의 강압수사 논란에 기름을 붓는 촉매제가 되는 등 파장 확산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한 전 의원은 이 같은 발언 배경에 대해 “처음에는 (양아치 표현을 듣고) 너무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워 첫 번째 조사는 그냥 빨리 마치기만 바랐다. 그런데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그 표현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 수사의 잘못된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차원에서 이날 증언에서 말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이 언론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