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건설이 자사 상황만을 고려해 임대아파트 분양에 따른 등기이전과정에서 근저당권설정을 그대로 둔 채 명의만 변경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입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제일건설측의 이 같은 부당한 전횡으로 인해 입주민들은 당장 시급한 금융거래나 매매에 제한을 받는 등 사실상 재산권 침해를 받고 있어, 조속한 해결책 마련이 촉구된다는 지적이다.
지난 29일 익산 평화동 제일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제일건설측이 입주민들에게 매매대금을 지불 받고도 부당하게 등기를 차일피일 미루다 주민항의가 거세지자 그때서야 마지못해 등기를 해주더니, 이번엔 그 등기도 자신들의 엄청난 채무를 그대로 둔 채 등기를 해 주민들이 실질적인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분양 전환 대금을 완납하고 한 달여가 지난 뒤에 등기부등본을 열람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등기상에 제일건설의 채무에 대한 244억원의 근저당권설정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실태를 자체 조사 결과, 등기부상 채무가 말소 안 된 집이 무려 70여 세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중에는 현금으로 대금을 완납한 세대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입주민의 등기부 등본, 2002년 1월26일 접수된 제일건설의 채무 244여억이 그대로 명시돼 있다.
실제, 본지가 한 주민의 등기부등본을 열람한 결과, 등기상에 소유권은 제일건설에서 해당 주민으로 지난 5월14일 이전된 반면, 2002년 1월 26일 접수된 제일건설의 채무 244억1140만원은 그대로 명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제일건설측이 임대에서 분양전환하는 과정에서 세대당 약 1100여만원의 대금을 지급하고 주택기금에 대한 설정을 해제하고 등기를 해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이에 대해 임차인회의 박흥업(63) 대표는 “매매대금을 치루면서 은행 대출을 받은 집은 물론 현금으로 납부한 집도 현 등기부상 244억여원의 설정이 되어 있으며, 주민들이 자체 조사한 결과 이같이 상황에 놓인 곳이 무려 70여 세대에 달했다”고 설명하며 “엄청난 돈의 근저당설정으로 당장의 재산권행사에 제약이 뒤따르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불안감과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탓에 입주민들은 당장 시급한 금융거래나 매매에 제한을 받는 등 자신들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입주민들은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발을 동동 구르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제일건설측의 전횡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대해 입주민 K씨는 “제일건설측이 입주민들에게 매매대금을 지불 받고도 등기를 차일피일 미루다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그때서야 마지못해 등기를 해주더니, 이마저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채무를 그대로 둔 채 명의만 이전해 주민들을 두 번이나 기망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임차인회의 박 대표는 “주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이런 상황에 대해 항의전화를 하면 사과는 커녕 오히려 짜증을 내더라”며 “어떻게 향토기업이 주민들을 이렇게 무시 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상황이 이런데도 제일건설측은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 할 뿐 명쾌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제일건설 관계자는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주택금융에 계속 상환하고 있고, 빠르면 이번 주가 될 수도 있고, 다음 주가 될 수도 있다”고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면서 퉁명스럽게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458세대로 구성된 평화제일아파트는 제일건설이 4100만원의 국민주택기금을 받고, 4500만원의 보증금을 받아 임대한 아파트지만 분양가는 7400여만원에 불과해 제일건설이 세대당 약1100여만원, 총50여억원을 보태야 주택기금에 대한 설정을 해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