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공직사회가 바람 잘 날이 없다.
승진인사 청탁 혐의로 익산시 P국장이 구속된 이후 익산시 공무원들이 각종 비리 연루 혐의 등으로 검찰에 줄소환 되고 있다.
검찰에 불려가는 공무원과 업체 관계자의 비리 연루 혐의와 의혹도 인사청탁에서부터 뇌물수수, 특혜, 회계 부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해 충격적이다.
하지만, 3개월여 간 계속된 검찰 수사는 약 20여 명에 달하는 공무원을 줄줄이 소환, 어떤 공무원은 새벽까지, 또 어떤 공무원은 여러 차례 조사를 받는 등 익산시 공직사회에 미치는 피로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이로 인한 행정 공백 사태와 행정 공신력에 대한 불신은 익산시의 위상을 거침없이 추락시키고 있다.
때문에, 검찰이 엄격한 수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려내야 하는 게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하겠지만, 익산시에 미치는 악영향이 막대한 만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조속한 시일 내에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청렴도 ‘추락’…‘인사비리’
검찰은 지난 13일 4급(서기관)으로 승진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익산시 비서실장에게 3,000여만원을 건낸 혐의(뇌물 공여)로 익산시청 P국장을 구속했다.
또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익산시장 비서실장 L씨는 도주우려 등의 염려가 없어 영장이 기각됐다.
이와 함께 민선 4기에 승진한 서기관과 사무관들 가운데 공직 안팎의 인사 청탁 의혹이 짙은 4~5명의 공무원도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익산시청 안팎을 수차례 압수수색까지 해놓고도 인사비리와 관련해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검찰은 이런 상황에서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며 공무원들을 줄소환 하고 있다. 그러자 지역내에서는 ‘무리한 수사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이는, 검찰이 익산시 인사비리에 대해 3개월 동안이나 고강도 기획수사를 펼치고도 뚜렷한 성과가 없어 곤경에 빠지자, 다른 비리라도 찾아 언론의 지탄과 여론의 부담을 불식하기 위해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서 비롯된 논란이다.
이에 대해, 지역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P국장을 구속할 때 까지의 검찰 수사 정황으로 봐선 익산시 인사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이 시작된 느낌을 받았는데 최근 들어 다른 사안으로 공무원 소환 조사가 줄을 잇는 것은 보면 인사비리 수사가 잘 안풀리는 것 같다"며 " 선택과 집중이 필수인 검찰의 기획수사가 너무 방대하게 확대되는 것 같아 뭔가 석연치 않고,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도 갈피가 안 잡힌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잇따른 소환…‘수난’
익산시 공무원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검찰은 지난 27일 익산의 P음식물처리업체 대표 H씨를 회계 부정과 입찰방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돈을 받았던 공무원 J씨에 대해서도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 형사처벌 수위를 검토중에 있다.
이 과정에서도 당시 입찰을 담당했던 익산시 공무원 3~4명이 이른 아침부터 검찰에 불려가 저녁 늦은 시간까지 조사를 받는 등 혹독한 곤욕을 치렀다.
이에 대해 한 공무원은 검찰 조사에 대해 “조사나 질문을 한꺼번에 하지 않고 한마디 물어보고 기다리라고 하고, 또 몇 시간이 지난 뒤에 또 한마디 묻더라”면서, “조사 받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몇 배 길어, 마치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며 당시 고통스런 상황을 설명했다.
이미 도 감사에서 지적 받아 중징계 요청을 받은 ‘000가든 형질변경’건에 대해서도 검찰은 관련 공무원들을 불러 ‘징계의 상처’를 헤집고 있다. 검찰은 구속된 P국장이 당시 이 업무부서의 과장이었던 만큼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당시 공무원들을 불러 들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사실상 시의원들이 주도하는 읍면동 주민숙원사업도 일일이 들추며 관련 공무원들을 소환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시의장이 속한 해당 주민센터 사업이 그동안 타 지역보다 더 많은 예산이 배정된 점과 시공업체가 특정업체로 편중된 점 등이 특혜의혹이 있다고 보고, 해당 공무원들을 불러 관련성 여부를 집중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장기화’…‘공신력’추락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지역내에서는 장기화되는 검찰 수사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익산시 등에 따르면, 검찰 수사가 진행된 3개월 동안 수사를 받은 공무원만 해도 줄잡아 20여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며, 현재도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소환되는 공무원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조사 받은 업체 관계자나 민간인까지 합치면 공무원 소환 숫자의 2배이상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처럼 내사와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 3개월에 걸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로 인해 공직사회는 일손을 잡지 못했고, 특히 부서장이 조사를 받는 경우에는 그 기간 동안 사실상 업무가 일시 마비되기도 했다.
일부 부서의 경우 거의 매일 각종 수사에 매달리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특히 장기화된 검찰 수사는 행정공백을 넘어 행정 이미지에도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수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익산시의 이미지가 부정으로 점철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는 이처럼 몇개월째 계속되는 수사로 인한 행정의 공신력 추락을 우려, 검찰의 엄정한 수사와 조속한 수사 마무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산시 한 공무원은 "최근에 불미스런 일이 끊이지 않아 시민들에게 할 말이 없다"며 "하지만 검찰 수사가 길어지면서 양식 있는 대다수 공무원들마저 안 좋은 이미지로 비쳐지는 것 같아 안타깝고, 시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이 상당한 만큼, 되도록 빠른 수사로 결론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