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호, 여성친화도시를 자부하고 있는 익산시의 여성친화행정이 헛구호란 지적이다.
익산시가 여성들이 많이 찾는 공원 등에 유모차를 구비해 여성편익을 돕겠다며 지난 3월부터 언론 등에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정작 현실은 3개월이 지나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치 못해 여성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 빈축을 사고있다.
8일 익산 여성의 전화 등에 따르면, 익산시청 홈페이지 홍보와 언론을 통해 익산의 대규모 공원에서 유모차 대여가 5월부터 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많은 여성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을 찾고 있다. 하지만 여성들은 이런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일이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 여성의 전화 회원 방신영(주현동, 42세)씨는 지난달 26일 익산중앙체육공원에 유모차를 빌리기 위해 나섰다가 이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공원 관리사무실에 문의했다가 관계자로부터 “유모차는 준비되어 있지만 조례가 없어서 대여를 못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들어야 했기 때문.
방씨는 ‘이미 3월부터 언론에 나온 사안이고, 물건은 있는데 조례가 없다’는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납득이 안간 방씨는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 한 시의원에게 물었다. 그런데 시의원으로부터 “현재 관련 조례가 없는 상황에서 유모차를 대여할 경우 선거법위반에 해당된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것. 이는 해당 내용을 조례로 제정 할 때까지 이 시책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의미인 셈이다.
이런 상황을 알고 난 방씨는 제도 정비가 안 된 상황에서 언론 등에 홍보부터 나선 익산시의 행태가 더욱 황당했다.
익산시에서 시청 게시판이나 언론 보도 등에 발표한 홍보내용을 믿고 공원을 찾은 여성들이 헛걸음을 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
실제 익산시청 홈페이지와 3월 11일자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는 중앙체육공원에 유모차 5대와 2인용 자전거 10대, 배산체육공원, 웅포문화체육센터에는 각각 유모차 5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동절기에는 오전9시~오후5시, 하절기에는 오전9시~오후6시까지 여성과 시민들에게 무료 대여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홍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여성의 전화 관계자는 “익산시가 언론 등에 배포한 홍보물 어디를 봐도 서비스를 할 예정이 아니라 현재형이다”며 “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치 여성들을 엄청나게 배려하는 냥 언론 등에 홍보부터 나선 것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전시행정으로 오히려 여성들에게 혼선을 줘 헛수고하게 하는 불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씨는 특히, 수개월이 지나도록 제도 정비를 등한시 한 집행부와 의회를 싸잡아 비판했다.
방씨는 “그럼 예산이 편성되고 예산안이 통과 되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유모차 대여에 따른 조례가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단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이런 제도가 필요한 것을 집행부의 잘못인지, 필요한 조례를 왜 안올리는지 따져보지 못한 의회의 잘못인지, 예산이 편성되고 집행되기까지 한곳에서만이라도 확인했더라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며 꼬집었다.
방씨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조례나 선거법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한다니, 답답한 일이다.”며 시정의 난맥상에 한숨을 지었다.
이같이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을 우선 배려하기 위한 익산시의 여성친화도시 구현 시책이 제도 미비로 시행을 못하는 등 행정의 생색내기식 졸속추진으로 실상은 겉돌고 있어 좀더 면밀하고 체계적인 추진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