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前 대통령의 분향소 영전(靈前)에서 표 밭을 갈구는 일부 정치인의 몰지각한 행태가 숭고한 추모의 물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설치된 익산지역 분향소마다 시민들의 애도의 물결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정치인이 경건하고 숙연해야 할 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을 상대로 자신의 눈도장을 찍는 볼썽사나운 행태를 보이며 분향소 분위기를 망쳐 놓고 있기 때문이다.
분향소에서 이런 상황이 자꾸 연출되자, 급기야 그동안 상주(喪主)를 맡았던 노사모측은 분향소 운영을 상주 없이 조문 받는 것으로 결정,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있다.
27일 익산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했다는 비보를 접하고 이를 추모하기 위해 24일 오후 5시경부터 익산역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분향소가 설치되자 이곳에는 이른 아침부터 새벽시간까지 학생을 비롯한 회사원, 공무원, 정치인 등 각계각층의 추모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지금까지 분향을 마친 추모객 수만 해도 줄잡아 1만여명이 넘으며, 현재에도 이 곳 분향소엔 추모 행렬로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분향소에 추모객들로 장사진을 이루면서 이를 악용하는 일부 정치인이 등장하는 등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일부 정치인이 숙연해야 할 분향소에서 자신의 얼굴을 홍보하는 몰지각한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
실제 25일 익산역에 설치된 분향소에서는 상주격인 노사모회원들과 모 정치인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노사모 회원에 따르면, 이 정치인은 익산역광장 분양소에서 이날 저녁 6시께 분향을 마친 후 돌아가지 않고 ‘마치 상주 인냥’ 분향소 한쪽 끝에 서서 10시경까지 4시간여 동안 분향을 마치고 나오는 추모객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악수하는 등 이른바 “표밭을 갈고 있었다”는 것.
이에 보다 못한 노사모회원들이 이 정치인에게 수차례 돌아 갈 것을 종용했지만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지속했으며, 급기야 이날 저녁 10시께 노사모회원들이 ‘삼가해 줄 것’을 강하게 종용하자 이 정치인은 이들에게 폭언을 일삼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숙연했던 분향소의 분위기가 흐트러졌다는 것이다.
또한 이날, 또 다른 정치인도 이 곳 분향소에서 상주 노릇을 하다 이들 회원들로부터 제재를 받고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정치인의 행태는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에게 자신이 분향소를 지키는 당사자로 비춰지게 할 의도로 분석된다. 자신이 개혁 정치의 선구자격인 노 전 대통령과 연관성이 높다는 점을 추모객들에게 자연스럽게 각인시킴으로서 결국 자신도 그와 같은 개혁 이미지를 얻어 이를 통해 유권자들의 최종선택을 받고자 하는데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급기야 그동안 상주를 맡았던 노사모측은 이같은 상황이 연출돼 분향소 분위기가 흩트러지자 상주 자체를 없애고 조문을 받기로 결정했다.
이날 광경을 목격한 한 노사모회원은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으로서의 심정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 모든 국민이 애통해하는 이때에 그것도 경건해야 할 분향소에 와서 이런 식으로 분위기를 흩트리는 행태는 도가 지나친 것 같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한편, 이미 분양을 마쳤던 익산시장도 이곳을 비롯한 지역 곳곳의 분향소를 찾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면서 시민 일각으로부터 “수많은 추모객이 운집하니까 정치인으로서 눈도장을 찍으러 오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