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RSS
맨위로

망자에게 허락 구한 익산시 "답변 없어 벌목"

'푸른숲 가꾸기 조성사업' 벌이는 익산시, 문화재보호구역 소나무 무단 벌목

등록일 2008년12월18일 19시36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 11월 중순, 행정 관리 소홀로 '천연기념물 곰솔'을 고사케 한 익산시가 이번에는 문화재보호구역 내 소나무를 주인 허락도 받지 않은 채 베어내 지탄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익산시가 사망한 지 20년이나 된 망자에게 벌목 허락을 받으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탁상행정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익산시는 '푸른 숲 가꾸기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5600만원을 들여 미륵산 일대 141ha에 대한 간벌작업을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익산시는 행정 절차에 따라 사업 승인을 받기 위해 등기부상에 올라있는 산주에게 벌목허가를 요청하는 우편을 보냈으나, 답변이 없었다는 것. 이후 익산시는 산림자원법에 의거해 고시한 후 사업을 추진했다고 한다.

그러나 산 소유주인 광산 탁씨 종중측이 '행정기관이 문화재보호구역 내에서 주인에게 알리지도 않고 무단으로 벌목을 했다'고 주장하며 민원을 제기하고 나선 것.

종중측은 "익산시가 백제시대 유적 보호를 위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받은 미륵산 자락 광산 탁씨 종중산 임야 2ha에서 400여 그루의 나무를 주인도 모르게 베어냈다"며 "이 과정에서 익산시는 잡목 뿐만 아니라 경관 보존을 위해 보호해야 할 아름드리 토종소나무까지 마구잡이로 베어냈다"고 주장했다.

사망 20년 지난 이들에게 사업 허가 요청한 익산시

더욱 황당한 것은 익산시가 허락을 받기위해 우편을 보낸 대상이 사망한 지가 20년이나 지난 망자라는 사실이다. 실제 익산시가 사업 승인을 위해 우편물을 보낸 6명 모두 사업 시행 전 이미 사망한 사람이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익산시가 산주를 직접 방문해 승인을 얻는 것이 바람직한데도 수십 년이 지나 미덥지 못한 산지 등기부만을 토대로 우편을 보내 응답이 없자, 산림자원법을 근거로 사업을 밀어붙인 것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광산 탁씨 종중 A씨는 "종중에서 익산시청에 알아보니, 이미 20년 전에 돌아가신 분한테 연락을 했다는 말을 듣고 너무나 황당했다"며 "공무원이 주소를 들고 동네에 한 번만 나와봤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2007년 상반기에 등기부 상 등록된 산주 6명에게 사업 내용에 대해 우편을 보냈으나 수취인 불명으로 모두 반송됐고, 이후 관련법에 따라 고시를 통해 전국 자치단체에 알렸으나 아무 이의제기가 없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직접 방문은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문화재청이 익산시에 숲 가꾸기 허가를 내주면서 소나무를 보존하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익산시는 허가 조건을 마음대로 해석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 간벌은 용역을 맞은 시공사와 감리단의 감독아래 설계대로 하는 것이지 마구 베는 것은 아니"라며 "해당 지역은 민가 근처로 발육이 좋아서 그런지 설계대로 간벌했는데도 다른 곳에 비해 다소 공간이 여유 있어 보이더라"고 설명했다.

관리감독 책임 놓고 문화재청과 익산시 공방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 16조 1항에 의해 문화재 구역에 대한 관리는 자치단체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데도 불구하고, 시 관계자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감독기관을 묻는 질문에)법적으로 명확히 돼 있는 것 없다"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 현상 변경 담당자는 "문화재 보호법 16조 제 1항에 의해서 관할 자치단체장이 하게끔 돼 있다"며 "현상 변경 허가 승인을 해줄 때 허가조건에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라는 공문도 보냈다"고 말했다.

이처럼 관리 감독 책임을 놓고 논란이 일자 문화재청과 감사원은 현장 조사를 벌일 예정이어서 조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문화재청은 지난 2002년 서천의 천연기념물 곰솔이 낙뢰로 고사함에 따라 2005년부터 노거수 낙뢰 보호를 목적으로 피뢰침사업비를 적극 지원했다. 하지만 익산시는 신작리 곰솔에 대한 사업비를 확보하고도 이를 집행하지 않고 늑장을 부리다가 결국 2007년 8월 낙뢰 사고를 당하게 만들었다. 이후 문화재청에서 곰솔에 대한 회복불능 판정을 내렸고 지난 9월 천연기념물에서 최종 해제됐다. 

소통뉴스 정명열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최신뉴스광장

전체 뉴스종합 10대핫뉴스 오피니언

포토뉴스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