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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인 것은 모두가 정당한 것인가

등록일 2008년11월25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이 될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가 틀리지 않았던 18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40명에 달하는 도마마을 주민들은 그들의 들판에 섰다. 

평생 살아온 집터를 잃고 거리로 나앉게 될 수도 있다는 절박한 현실 앞에서 추위는 그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오늘 싸우지 않으면 오늘 보다 더 춥고 더 길기만한 또 다른 오늘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얼어붙은 들판에 모닥불이 피어올랐다. 거북이 등껍질같이 거친 손들이 피어오르는 불길위로 포개어진다. 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들의 눈은 경계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 눈빛은, 오랫동안 약자로밖에 살 수 없었던 자들의 전형이었다. 측은했다.


익산시는 2011년 완공을 목표로 삼기면 일대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지역개발을 명분으로 이루어지는 산업단지조성은 의례 강제철거를 동반한다. 강제철거는 주민들의 처절한 저항을 부르지만 엄연히 합법이다. 철거에 대항해 목숨을 걸고 맞서는 주민들의 저항은 합법적인 국가권력의 지엄함 앞에 무력하기만 하다.


취재를 마치고 익산시 담당공무원에게, 책정된 보상액으로는 새로운 집을 짓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민들의 의견에 대한 총평을 듣고자 했다. 담당자는 이에 대해 “감정평가는 공정했고, 주민들의 반발은 항상 있기 마련이므로 계획대로 추진하겠다.” 또한 덧붙이기를, “그들이 사는 집을 보고나서 얘기해라” 추운 날씨만큼이나 냉정하고 명쾌한 대답이다.


주민들의 사는 집들은 대부분 낡고 허름할 것이다. 그러나 그 낡고 허름한 집은, 운명과도 같았던 그들 평생의 모진 노동을 견디게 해준 편안한 안식처였다. 뉘라서 그들의 낡고 허름한 집을 부술 수 있는 권리가 있는가. 감정평가사에 의해 책정된 보상비가 그들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해 줄 수 없다면 과연 무엇이 정당하고, 무엇이 합법적이란 말인가. 


국민을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는 명분으로 오히려 국민을 개처럼 학대했던 독재권력이 결국 정당화 될 수 없듯이 오늘날 대한민국 땅에서 일상처럼 이루어지는 강제철거는 소수에 대한 다수의 횡포와 다름 아니다. 어느 누구도 지역개발을 명분으로 해당주민들을 그들의 터에서 몰아낼 권리는 없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주름이 깊게 패인 모습의 한 노파는 말했다. “아무리 새집이 좋다하지만 보상비로 새집을 짓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이 나이에 자식한테 의지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니 막막하기만 하다. 새집이고 뭐고 필요 없으니 그저 내 고향에서 살다 죽게 해주시오”


네로황제는 더욱 아름다운 로마를 건설하기 위해 로마시내에 불을 질렀다. 그는 황제로서 정당한 권력을 행사했고 그 권력행사는 당연히 합법적이었으리라.


합법적인 것은 모두가 정당한 것인가.




   

소통뉴스 곽재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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